조병규 우리은행장이 2024년 6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영업점에 대한 불시 검사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영업점에서 180억원 횡령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전임 회장 친인척에 부당대출을 내어준 정황까지 드러나 내부통제의 고삐를 쥐겠다는 의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영업점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본점에서 예고 없이 현장 검사에 나서는 ‘불시검사’ 비중을 늘리겠다는 공문을 지난 7월 영업점에 배포했다. 사실상 사전 통보를 거쳐 검사에 착수해오던 전례를 뒤엎고, 앞으로는 예고 없이 본사의 강도 높은 검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김해지점에서 직원이 기업여신을 통해 180억원 횡령을 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시행한 후속조치다.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부당 행위들을 모두 막는 게 불가능하니,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언제든 적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공문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나 우리은행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최근 4년간 616억원 상당을 대출해준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이 중 350억원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고, 269억원에 대해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전 선릉금융점장은 영업점장의 전결권을 이용할 수 있는 분할대출을 활용하고 또 담당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지시·대출 차주의 위조서류 제출 등 부실한 여신심사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단 전임 회장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추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우리은행은 불시 검사와 별도로 투자 상품 불건전 영업 시 적용해오던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은행 업무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내부 규정을 어긴 사례가 드러난 임직원에 대해서는 즉시 업무 배제와 후선 배치 등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날 임원 회의에서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통해 정도 경영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발견된 부족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다시 한번 원점에서 검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