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라는 재단법인 이사장이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됐다.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독립기념관장 자리가 후보자 선임 때부터 논란이 됐다. 관장 후보 면접심사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발언을 할 만큼 식민시대를 옹호하는 듯한 인물이다. 공식 임명되고 일주일 여만에 온나라가 벌집 쑤신 듯 시끌시끌해졌다.
정부 주최의 8·15 광복절 기념식에 광복회를 비롯,순국선열·독립유공자 후손 단체들이 불참하겠다고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6개 야당 또한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아울러 야권은 ‘독립기념관장(김형석) 임명 철회 결의안’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6·10만세운동유족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1인시위에 돌입했다.역사학회와 한국근현대사학회를 비롯한 역사학 관련 학회와 단체 48곳은 성명을 내고 김형석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 역사학도가 추진한 독립기념관장 임명철회 촉구 서명운동에는 일주일도 안돼 3만 5천여명이 참여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불거진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13일 연합뉴스가 전했다.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건국절 논란이 국민 민생과는 동떨어진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라는 취지로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가관이라고 말문을 연 이유다.
시시비비를 가릴 것도 없이 일단 논란의 소지를 가진 인사가 부적절하니 임명을 철회하라는데 뜬금없이 ‘먹고 살기 힘든 국민’을 들먹이니 낯선 사람만 보면 짖어대는 우리 집 강아지가 웃을 일이다.
굉장히 간단한 일이지 않은가.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의 장이 ‘반독립적’이고 ‘반민족적’이라고 여론이 들끓으니 지금껏 해온대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나 관련 학자를 선임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설사 김형석이라는 인물이 여론의 지적과 달리 식민시대를 옹호하지도 않았고 독립운동을 폄훼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굳이 논란을 감수하면서 선임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말이다.
독립기념관은 1980년대 초반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는 방식으로 국민성금을 모아 지었다. 건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일본산 자재를 써서 선열들이 노했다는 말이 나왔다.그만큼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자는 취지는 이의없이 순수했다.
나라를 잃은 36년 세월 동안 백성과 민족은 지금에 비하면 천만배,억만배 먹고 살기 힘들었다. 윤 대통령의 인식은 ‘나라없이 백성이 먹고 살기 힘든데 독립운동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데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백마디 말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당장 김형석이라는 인물을 독립기념관장에서 물러나게 하면 된다. 그리고 “면밀히 살피지 못해 하마터면 민족정기를 더럽힐 뻔했으니 미안하다”라고 사과 한마디 덧붙이면 그만이다. 그같은 성명을 내놓고 난 뒤 칼칼해졌을 목을 ‘쏘맥’으로 적시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