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구 우생보호법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쿄 총리 집무실에서 원고 등 소송 당사자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할 의향을 보였다고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가 14일 정권 간부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선거에 실제로 불출마한다면 내달 새 자민당 총재가 선출된 후 총리직에서 퇴임하게 된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연말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자 당 안팎에서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이후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저조한 내각 지지율에 결국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비자금 문제를 누군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주위에 나타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NHK도 “정권에 대판 비판이 거세지고 내각 지지율이 침체한 상황에서 자민당 내부로부터 ‘지금 정권으로는 다음 중의원(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정치) 불신 불식을 위해 자신이 직접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가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재 선거 불출마 의사를 직접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현지 언론에서 나왔다.
NHK는 기시다 총리가 2021년 10월 취임해 이날까지 1046일간 재임 중이라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총리 중에는 재임 기간이 8번째로 길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 차기 총재 자리를 놓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