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은행.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조만간 발표될 소매판매 등 7월 경제지표도 좀처럼 반등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5일 소매판매·산업생산·고정자산투자·실업률 등 7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회복 기대가 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 지표가 지난달에 지난해 동기 대비 2.6%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보도했다. 기저효과와 여름철 여행 수요 등에 힘입어 2022년 12월 이후 최저였던 6월 증가율(2.0%)보단 나아지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인 8%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약한 소매 판매 성장세는 기업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반면 가계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소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소비보단 사정이 낫지만, 산업생산과 투자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7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5.2% 증가, 6월(5.3%)보다 증가율이 소폭 내려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7월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3.9% 증가해 1∼6월 수치와 차이가 없고, 1∼7월 부동산 투자는 9.9% 감소해 1∼6월(-10.1%)보다 둔화세가 소폭 진정된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 활동이 움츠러들면서 중국 은행들이 지난달 실물 경제에 대출해준 금액은 2005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들이 비금융기관에 준 위안화 대출액이 전월 대비 770억위안(약 14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기존 대출을 상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니온뱅케어프리비(UBP)의 카를로스 카사노바는 “7월 지표는 부진한 3분기 시작을 반영할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점도 소비 전망에 악재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5%가량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시장에선 추가 경기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경제 부진은 지표 뿐만 아니라 실생활이나 온라인상에서도 확인되며, 젊은 층이 연인에게 선물을 주며 기념하는 ‘중국판 밸런타인데이’ 칠석(치시·음력 7월 7일)에도 소비가 부진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연애에 돈을 쓰지 않고 있으며, 지난 10일 칠석 당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상에서는 ‘칠석 소비가 급락했다. 젊은 층이 애정 세금을 내지 않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인기 주제 1위에 올랐고 2억회 이상 클릭 됐다는 것이다.
한 꽃가게 주인은 팔리지 않은 장미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며 손님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칠석에 소비했던 젊은 층이 지금은 구직난을 겪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심리가 매우 나쁘고 소비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