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변화 배워야”…미국 노인층 AI 공부열기

시니어 대상 AI 강의 증가…”진짜·가짜를 어떻게 구별하나요” 질문 쇄도

노트북 컴퓨터로 작업 중인 89세 바바라 윈스턴씨[노스브룩 AP=연합]

노트북 컴퓨터로 작업 중인 89세 바바라 윈스턴씨[노스브룩 AP=연합]

“인공지능(AI)을 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나요?”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별하나요?”

지난 6월 목요일 오후 미국 시카고 교외 노스필드에 있는 한 시니어 센터 강의실. 강의실에 앉은 12명의 학생은 저마다 갖고 있던 궁금증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머리는 희끗희끗한 백발, 일부 ‘학생’은 지팡이를 짚었다. 이들은 모두 60세를 넘긴 노년층. ‘학생’들은 강사로부터 듣고 있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은퇴한 한 대학 교수는 수업 도중 “맙소사”라고 되뇌었고, 필기를 하던 한 여성은 강의 도중 뭔가 불안한 듯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검은색과 흰색 꽃무늬 셔츠를 입은 79세 노인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며 다른 ‘학생’들이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

냉장고 등장과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으로의 전환, 인터넷의 발명을 경험한 이들 노년층은 모두 이제 최신 기술인 AI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AP 통신은 이처럼 60세 이상의 미국 노년층이 AI에 ‘열공’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사회 분위기를 보도했다.

AI 기능과 함께 AI가 가진 위험성을 노년층에게 가르치는 강의가 미국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50년 노년층을 옹호하기 위해 설립된 전미노령화위원회도 최근 수년간 시니어 센터에서 AI 관련 수업이 증가했으며 이들 강의는 “디지털 시대 적응을 위한 노년층 교육의 최전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 강사인 마이클 거시바인(52)은 “지난 9개월 동안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AI 코스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와서 자신들이 평소 듣고 있는 정보들을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AI로 인해 노년층은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가 이들의 외로움을 줄이고 병원 예약을 쉽게 해주는 등 이점을 제공하면서도 위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AI를 이용한 인물 합성 이미지인 딥페이크와 AI가 생성하는 잘못된 정보가 노년층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우려하고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미국인이 음성 기술 복제 등으로 인한 사기로 매년 283억 달러(38조6천억원)를 갈취당하고 있다.

이날 수업은 딥페이크에 대해 진행됐다.

딥페이크 영상이 나왔을 때 ‘학생’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고, 일부는 가짜가 얼마나 진짜 같은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수업을 듣는 89세 바바라 윈스턴 씨는 “나는 아이스박스가 냉장고로 변하는 것을 봤다”며 “그러나 이번 수업이 내 생애에 보게 될 가장 위대한 기술적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7세 루스 슈나이더먼 씨는 자신이 쓰고 있는 동화책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AI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우기 위해 AI 강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90세까지 사셨다”며 “어머니를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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