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네 칼리프 SNS 캡처]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가 자신을 둘러싼 성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여성성을 강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5일 알제리 소재의 한 미용 업체 인스타그램에는 칼리프와 협업해 찍은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뻗던 칼리프는 갑자기 바뀐 화면에선 분홍색 꽃무늬 블라우스 차림새로 등장한다.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고, 눈에 띄는 커다란 귀걸이도 착용했다.
칼리프는 금메달을 보여주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영상과 함께 올라온 게시물에는 "칼리프는 메달을 따기 위해 미용실에 가거나 쇼핑을 할 시간이 없었다"며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런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성을 결코 느끼지 못했다"고 쓰였다.
이어 "그가 세상이 가두고자 하는 틀에 맞게 외모를 바꾸지 않은 건 그의 메시지를 훨씬 더 깊게 한다"며 "외모가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원할 때 여성스럽고 우아할 수 있지만, 링 위에서는 장식이나 하이힐이 필요하지 않다"는 글도 있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롱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
칼리프는 지난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에서 양류(중국)에 5-0(30-27 30-27 30-27 30-27 30-27)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칼리프는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세계선수권 실격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됐던 선수다.
당시 IBA는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실격 처리했었다.
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권의 성별을 기준으로 올림픽 출전 여부를 정한다며 칼리프를 '분명한 여성'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롱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연합] |
금메달을 딴 칼리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을 온라인 괴롭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칼리프의 변호인 나빌 부디는 파리 검찰청의 온라인 혐오 방지 센터에 제출한 고소장에 두 인물이 포함됐다고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는 최근 전했다.
롤링은 지난 1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 칼리프와 이탈리아 안젤라 카리니가 붙은 16강전 사진을 올리고 "여성을 혐오하는 스포츠 단체의 보호를 받는다는 걸 아는 한 남성이, 방금 주먹을 머리에 맞고 평생의 야망이 무너진 여성의 고통을 즐기는 모습"이라고 썼다.
머스크는 전 미국 대학 수영 선수이자 여성 스포츠 운동가인 라일리 게인스가 "남성은 여성 스포츠에 속하지 않는다"고 쓴 글을 공유하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칼리프는 금메달을 딴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전 세계에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에서는 나같이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롱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