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유튜버에게 고용돼 영상 편집과 기획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근로자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간 프리랜서로 인식돼 근로계약서 없이 구두 계약으로 채용됐단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판단으로 유튜버에 고용된 다른 근로자들도 일반 방송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이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구독자 140여만명의 유튜버 A씨에게 매니저 겸 기획자로 채용됐던 B씨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일 사건처리 결과를 회신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튜브 채널에 고용된 매니저 겸 기획자에 대해 노동자성이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청은 이번 회신문에서 “B씨는 A씨와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노동청이 B씨를 근로자로 인정한 근거는 ▷월 고정급여로 구두 계약해 근로 자체의 대상성이 있다고 보이는 점 ▷업무지시 및 승인권이 피진정인에게 있다고 보이는 점 ▷방송 소품 등 필요 경비는 피진정인이 부담한 점 ▷고정된 급여 외에 스스로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점 등이다.
앞서 B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온라인 채용정보 사이트를 통해 A씨의 유튜브 채널에 매니저 겸 기획자로 채용됐다. 이후 B씨는 같은 달 31일 A씨와 함께 한 야외 방송에서 스키 시범을 보이다가 허리를 다쳤고, 전치 6주의 흉추 압박골절 진단을 받아 올해 1월 10일 퇴사했다.
이후 B씨는 산재보험과 요양급여를 신청하려 했으나, A씨 측은 B씨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산재 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씨는 올해 3월 4일 A씨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번 진정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이번 사건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근무하는 수많은 방송 노동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결과”라며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로 관련 종사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이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