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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국민연금만 놓고도 정부와 국민의힘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병행 처리를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모수개혁과 국가책임제 등 연금개혁의 일부분만 떼어내 우선 추진하자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공무원, 군인 등 직역연금과 퇴직연금까지 논의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의무 가입 상한 등 재정 변수들을 조정하는 것이고, 구조개혁은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각종 직역연금 등과 연계해 연금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구조개혁은 모수개혁에 비해 공무원, 군인 등 직역 단체의 반발이 거셀 수 있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맞설 수 있다. 연금 체계의 틀 안에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수개혁보다 과정이 까다롭고 물리적 시간도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달리 관련 법률에 정부의 지급보증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아 기금이 부족해도 정부 재원을 쓸 수 없다. 그래서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급보증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국민연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은 미래 연금 지급의 안정성을 위한 국민연금 지급보증의무 명시에 92.1%가 찬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법률상 명문화하려면 연금 구조·모수개혁을 모두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급보증 의무 명시로 기금 고갈 우려는 낮출 수 있지만 지급보증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는 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현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는 1230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조9000억원(4.1%) 증가했다. 이는 국가 재무제표상 국가 부채 2439조3000억원의 50.4%를 차지한다.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약 70년 이상에 걸쳐 공무원 등에게 줄 연금 추정액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계산한 금액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당장 갚아야 하는 돈은 아니지만, 연금 지급액이 부족할 경우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포함된다.
만약 국민연금도 국가의 지급보증 의무가 명시된다면 지난해 공무원, 군인 연금충당부채 1230조2000억원에 더해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 1825조원이 합쳐지게 되면서 연금충당부채는 3000조원을 넘게 된다. 이는 국가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히는 만큼 국가 재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사학연금의 연금충당부채 역시 2017년 103조9720억원에서 2022년에 169조5700억원으로 63.1% 급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금충당부채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5배 이상 많은 연금액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노인의 노후 소득 부족분 현황-필요 노후 소득과 공적연금 소득 간 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각 공적연금 수급 노인의 월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은 22만1000원이고, 국민연금은 36만9000원이다. 반면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203만원에 달했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을 단순 수급액을 두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수급액 차이가 큰 것은 각 연금제도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과 가입 중에 낸 보험료, 지급률 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17.4년이지만, 공무원연금은 26.1년이다. 또 보험료율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매월 소득의 9%를 내지만 공무원연금은 소득의 18%로,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2배 높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부터, 군인연금은 이보다 더 전에 적립금 부족으로 매년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터라 국민연금만 개혁한다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학연금은 아직 적립금이 쌓여 있으나 2040년대 후반이면 소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