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KIC 투자, M7선 엇갈리고 비트코인은 통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는 2분기 엔비디아와 구글 등 ‘매그니피센트7(M7)’를 놓고 엇갈린 투자 행보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엔비디아와 구글 등 기존 주도주의 비중을 더 늘렸다면 KIC는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기관은 비트코인 간접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믿는다 M7” 빅테크 꽂힌 국민연금…AI 인프라로 눈돌린 KIC=19일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Form 13F)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미 주식 직접투자 자산가치는 870억3423만달러(약 118조원)로 전분기 대비 약 37억 달러(4.45%) 증가했다. 이는 5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수치다. 이 중 투자 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주식 1위는 엔비디아였다. 주식 수는 4110만2034주(50억7774만달러)로 1분기 말 대비 104만3624주가 증가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4.34%에서 5.83%로 커졌다.

국민연금은 여전히 AI 주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분 증가 상위 5위권를 살펴보면, 엔비디아 외에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신규 투자한 ‘T Rowe Price US Equity Research ETF(TSPA)’ 역시 M7의 비중이 무려 33%에 달한다. 이 ETF는 성장주를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국민연금이 올 2분기 엔비디아 다음으로 투자 비중을 높인 종목 2위에 해당된다. 국민연금은 올 하반기에도 M7가 주도하는 랠리가 계속된다는 데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KIC는 고점 논란에 시달리는 M7를 추가 매수하기보다 AI 산업 인프라에서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전략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KIC는 올 상반기 M7 주식 일부를 정리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주식 12만2446주를 팔았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약 54만주)·애플(약 4만주)·아마존(약 12만주)·알파벳(클래스A·약 19만주)·테슬라(약 22만주) 등을 각각 매도했다.

대신에 AI 인프라 기업을 대거 담았다. KIC는 풍력 발전설비 매출 1위인 GE버노바(GEV)를 33만4161주(5731만달러) 신규 투자했다.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 필수 장치업체인 이튼 주식도 17만주(0.14%) 넘게 사들였다. 이 밖에도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관련주인 퀄컴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의 지분도 늘렸다.

▶비트코인 간접투자 ‘주목’=두 기관 모두 비트코인 간접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눈길을 끌었다. 올 2분기 전 세계 기업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를 신규 투자한 것이다. 국민연금과 KIC는 해당 주식을 각각 24만5000주, 2만1000주를 사들였다. 비트코인이나 현물 ETF를 직접 매수한 건 아니지만 비트코인을 많이 들고 있는 기관 등의 주식을 매입하는 등 일종의 우회 방식을 택한 것이다. MSTR은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1% 이상인 총 22만6500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국민연금보다 앞선 2021년 4분기부터 코인베이스에 투자해왔다. 올 2분기에도 KIC는 코인베이스 주식 약 2만주를 추가 매입하며 보유 주식수를 5만405주로 늘렸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약 2만주를 팔아 현재 약 23만주를 갖고 있다. 한편, 두 기관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의 비중도 적극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비만약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의 평균 매수단가는 166달러인데 15일 기준으로 931달러까지 올랐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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