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햄슬리와 그의 애완견 트러블. [AP]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개한테 161억원을 준다고?” ‘비열한 여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가인 레오나 헴슬리가 2007년 애완견에게 무려 1200만달러(약 161억원)를 유산으로 남기고 사망하자 경악했다. 그러나 애완동물을 위한 헴슬리의 선택은 점차 보편적 상속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타임스에 따르면, 헴슬리는 2007년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애완동물인 몰티즈 ‘트러블’에게 이같이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 헴슬리 사후 3년째인 2010년 트러블까지 무지개 다리를 건너자, 한 푼도 물려받지 못한 손주들이 소송전을 벌여 유산 일부를 되찾아오기도 했다.
거액의 상속 규모와 놀라운 상속 대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헴슬리. 그녀의 선택은 최근 들어 보편적인 방식의 유산 상속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레오나 햄슬리의 애완견 트러블. [AP] |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유산을 애완 동물에게 물려주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유명 코미디언 폴 오그레디의 애완견 5마리는 총 12만5000파운드(약 2억원)를 상속받았다. 그들은 장례 행렬 맨 앞에 섰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역시 본인이 애완견 세 마리보다 먼저 죽을 경우, 3000만달러(약 402억원)의 재산을 애완견들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장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 코옵리걸서비스에 따르면, 관련 문의를 하는 사용자의 8분의 1이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남기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완동물이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옵리걸서비스는 지난해 치러진 장례식 중 75%가 애완동물 참여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5년 전 50%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상당한 자산가가 아닌 경우엔 본인이 사망한 뒤 애완동물을 맡아줄 사람을 직접 구해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애완동물은 법적으로 개인의 사유 재산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한편 헴슬리의 유족들은 애완견이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애완견이 상속받는 유산을 6분의 1인 200만달러(약 27억원)로 줄이고, 나머지 1000만달러를 헴슬리의 자선 신탁기관과 상속받지 못한 두 손주에게 배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