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환경기업 인수합병(M&A) 거래가 재개되고 있다. 3년 전 호황기 이후 업황이 하강 국면에 진입하며 몸값이 조정되자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속속 인수에 나서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된 환경기업으로는 제이엔텍과 KJ환경이 꼽힌다. 두 곳은 각각 어펄마캐피탈·더함파트너스, EQT파트너스 등 PE가 인수했다. KJ환경의 경우 매도자도 PEF 운용사인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로 세컨더리 거래가 이뤄졌다.
제이엔텍은 폐기물 매립 업체며 KJ환경은 플라스틱 재활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각각 5000억원, 1조원대 수준에서 책정됐다. 앞서 2022년 싱가포르 소재 운용사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가 폐기물 관리 업체 EMK 경영권을 7700억원에 사들인 이후 2년 만에 성사된 규모 있는 거래다.
현재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공동 경영하는 에코비트도 매물로 나와 있다. 본입찰을 마친 상태로 칼라일그룹, IMM인베스트먼트·IMM PE 컨소시엄, 거캐피탈, 케펠 등이 응찰했다. 에코비트의 경우 매도자 측 눈높이는 기업가치 3조원대 수준이다. 지분 거래 금액은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만큼 딜이 성사될 경우 올해 환경기업 경영권 거래액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환경기업은 일반적인 바이아웃 매물과 비교했을 때 인프라 자산 특성을 보유해 투자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KJ환경을 인수한 EQT파트너스도 ‘인프라 6호 펀드’에서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현재 PEF, 인프라 자산 운용사가 보유한 환경기업으로 코엔텍, EMK, 코어엔텍 등도 있어 앞으로도 거래가 꾸준할 개연성도 높다.
그동안 폐기물 관리업에 이어 재활용 등 환경산업 생태계는 중소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상태였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탄소배출 저감, 순환자원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PE는 물론 대기업 자본도 환경기업에 유입되는 추세다. 경기 민감도가 낮고 규제산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시장을 선점하면 사업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PE와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군소 업체를 묶어 사들이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제네시스PE도 원료 조달과 재활용에 특화된 여러 기업을 인수했다. KJ환경과 관계사 중심으로 재활용 플랫폼을 완성해 모두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2020년 SK에코플랜트는 어펄마캐피탈로부터 종합환경기업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폐기물 관리 업체, 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 인수 등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환경산업에서 현금흐름의 예측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폐기물 매립이 손꼽힌다. 에코비트 역시 폐기물 매립 영역이 전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여도가 50%를 넘고 있다. 2020년 호황기를 지나 이듬해부터 매립 공급자 확대에 따라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해 있지만 그만큼 투자 적기라고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매수자 입장에서 멀티플(거래배수)이 호황기 대비 조정된 덕분에 상승 잠재력을 확보했다. 당분간 페기물 매립 신규 공급자가 제한적인만큼 수요가 살아나고 현금 흐름 역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