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익스프레스, 새 주인 찾는다…구영배 큐텐그룹과 ‘헤어질 결심’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큐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가 모 그룹에서 독립해 새 주인찾기에 나선다. 사모펀드 등 큐익스프레스의 재무투자자(FI)가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서 구영배 대표와 큐텐그룹의 지배 지분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큐익스프레스 FI들은 보유한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대거 보통주로 바꿔 경영권을 큐텐그룹에서 인수하고, 회사 정상화 계획을 본격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물류 업체로, 직원은 1000명 안팎이다. 구 대표는 이 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대표 회사인 ‘큐텐’과 구 대표가 각각 지분 약 66%와 2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FI들이 권리를 행사해 주식을 전환하면 구 대표 측은 지분이 수%대로 희석돼 소수 주주 지위를 갖게 된다.

FI들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 전환을 마치고, 사업을 회복시킨 뒤 국내외에서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SI)를 모집할 계획이다. 큐익스프레스는 SI를 확정하는 대로 회사 사명(브랜드)을 바꾸는 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그룹의 자취를 최대한 지우려는 행보다.

큐익스프레스 FI로는 국내 사모펀드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와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 외국계 펀드인 코스톤아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나스닥 상장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상장 추진에 수십억원을 웃도는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측은 창고 등 국내 물류 인프라를 처분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 모그룹 미정산 사태의 여파로 일어난 국내의 대금 정산 지연과 관련해 물류업체 등 당사자들과 지급 방안을 논의 중이다.

큐익스프레스는 앞서 지난달 26일 구영배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후 새 CEO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다.

큐익스프레스가 독립하면 큐텐그룹의 와해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회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그룹의 자구안 마련과 별개로 개별 투자 유치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큐익스프레스의 분리는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애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회사가 그룹을 이탈하는 만큼 도의적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이나 회사 측 자금을 활용해 피해액 변제에 나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환사채 등이 많이 걸려 있어 구 대표 측의 지분이 겉보기보다 가치가 낮고, 큐익스프레스의 자금을 빼내려면 이사회와 주주 반대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피해자들이 구영배 큐텐 대표 구속 수사와 피해자 구제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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