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 이유는, “가계빚 늘어난 韓, 금리 인하 美보다 느리게”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4.80원)보다 3.0원 내린 1331.8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전망이 확신으로 바뀌면서,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133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가져왔다.

20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9일(현지시간) 101.89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102.46에서 101대로 하락한 것이다. 약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아시아 통화 가치는 상승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357.6원) 대비 23.6원(1.73%) 하락한 1334.0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21일(1322.4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도 1334.8원으로 주간거래 종가(1334.0원)보다 0.8원 오르는데 그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원화 가치 상승은 한국과 미국 사이 금리 차이가 당분간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내려갈 확률은 76.0%를 나타냈다. 11월 금리가 현재보다 50bp 더 떨어질 확률은 60.1%, 12월 금리가 75bp 내려갈 확률은 44.1%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낮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 아래로 내려오면서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에는 가까이 다가가고 있지만, 또다른 한 축인 ‘금융안정’은 여전히 불안요소다.

실제 가계빚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리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불과 보름 사이 4조원 이상 불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2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다음달 2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12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 상황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체로 10월이 돼야 한은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하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에 환율도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도 전날 한때 전장 대비 2.44엔(1.65%) 낮은 145.19엔까지 떨어졌다. 향후 몇 달 안에 일본의 단기 정책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엔화 가치가 힘을 받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23일 일본 의회에 출석할 예정인 만큼, 그가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 어떠한 발언을 내놓는지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추가로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위안화를 비롯해 태국 밧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도 일제히 달러 대비 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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