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정강서 ‘北 비핵화’ 빠졌지만…“한반도 정책 변화 없어”[美민주 전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가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공식 수락할 예정이다.[시카고=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마련한 새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삭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동맹 중시 기조를 강조하고, 동맹인 한국의 곁을 지킬 것이라고 명시한 만큼 한반도 정책에 변화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개막일인 19일(현지시간) 표결을 거쳐 확정한 2024년 정강에서 2020년 정강에 포함돼 있던 북한 비핵화 목표를 삭제했다.

새 정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더불어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부과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며 “한국·일본과의 3국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정강에 포함됐던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라는 문구는 빠졌다.

민주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확고한 핵무력 강화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도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핵 역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정강은 “핵전쟁은 이길 수 없으며, 결코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만약 경쟁자들이 관심이 있다면 미래 군축 협상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이면서 억제에 필요한 것을 개발하고 배치하고 있다”며 핵무기 3축(전략 폭격기·전략핵잠수함·대륙간탄도미사일)의 현대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중국,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고를 확장 및 다양화하는 가운데 세계가 직면한 강화된 핵확산 도전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독트린상 미국의 핵무기는 우리와 우리의 동맹, 파트너를 핵무기로 위협하는 자들에 의한 전략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보유한다”며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핵무기 3축과 같은 억지 능력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 목표 삭제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한국계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필요성에 있어 어떤 변화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이날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는 철통같은 핵심 동맹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는 연방뿐 아니라 주 차원에서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새 정강에서 “우리의 동맹들에 결코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 중시 기조를 강조했다.

새 정강은 “나라 안팎에서 우리의 가치에 헌신하려면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파트너들이 강할 때 가장 강하다. 그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의 연합체가 단결하도록 이끈 이유”라고 부연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들의 관계를 크게 경색시키고, 독재 정권들을 대담하게 함으로써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독재 정치를 밀어내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했다”며 “미국은 계속 세계를 리드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민주당은 북한·이란과 러시아의 안보 협력 관계를 저지하기 위해 유럽 및 인도·태평양의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증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의 동맹들, 특히 한국의 곁을 지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푸틴의 독재 정치를 중단시키고,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동맹 중시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 아래 동맹국에 안보 비용 부담의 대대적 확대를 압박하려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적인 면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선에 나서게 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의 동맹 중시 기조를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미국의 가장 중대한 전략적 경쟁자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실행할 군사, 경제, 외교, 기술상의 능력을 함께 보유한 유일한 행위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열띤 경쟁을 위해 국내 역량과 동맹에 투자했다”고 밝힌 뒤 중국과의 충돌은 원치 않으며,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추구하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강은 또 청정에너지 투자 기조를 고수함으로써 화석 에너지원 시추 확대를 공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했다.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의 최대 공격 소재가 된 불법 이민자 유입 상황에 대해서는 망명 시스템 개선, 합법 이민 확대 등과 국경 안정화 조치를 병행하는 입법을 의회에 재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전국적 낙태 권리 회복 요구, 기후변화 대응, 저소득층 자녀 양육 비용 부담 경감 등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정책들이 새 정강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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