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별도로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실손청구 간소화’가 지역 소형병원에서는 도입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의사가 직접 진료기록을 전산으로 입력해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전자의무기록(EMR)’업체가 비용을 높이며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병원에서는 보험금 청구가 익숙지 않은 고령층 이용률이 높은 만큼,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로 인한 편의 체감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최근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확산 사업’ 3차 공고를 냈다. 지난달 1차 확산사업 이후 2차 확산사업을 수행 중인데, EMR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해 3차 확산사업까지 진행하게 됐다. 실손청구 간소화는 10월 초 시범 운영에 이어 10월25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기관에서 직접 보험사로 각종 서류(진료비 영수증·진료비 세부내역서·처방전 등)를 보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실손청구 간소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EMR업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자체 개발한 EMR을 운영하면 되지만, 규모가 작은 지역 병원에서는 상용 EMR 업체가 만든 ‘보급형’ 시스템을 구매해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비용이다. EMR업체들이 운영비를 높이 부르며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확산 사업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지역 소형병원들은 해당 시스템 구축이 난항을 겪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EMR 업체들이 보험업계에 요구하는 예산 금액이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다 들어왔으니 기본 목표는 달성했지만, 지방주민들은 국민 편의를 위해 만든 실손청구간소화 서비스 편의를 누리지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개발원의 공고문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EMR 업체에 개발비, 설치비, 연계비를 제공한다. 개발비는 프로그램 개발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며, 설치비는 상용 EMR 솔루션 제공사 등이 개발한 상용 프로그램을 요양기관에 설치 및 테스트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명목이다.
또한, 상용 EMR 솔루션 제공사 등이 개발한 상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당 요양기관이 전송 대행기관과 연계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일부 지원한다. EMR업체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소도시 주민들은 실손청구 간소화법 개정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미참여 병원의 보험금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기존처럼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해 서류를 떼서 보험사로 직접 보내거나, 추가 수수료를 내고 보험 청구 중개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실손청구간소화 개정법안은 환자 요청 시 의료기관의 정보 전송은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별도의 처벌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보다 효율적이고 보험 가입자 친화형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