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자동차까지 임대해요”…젊은층 세입자 몸만 입주

Fully furnished living room
가구까지 빌리는 풀리 퍼니시드(Fully furnished) 아파트의 거실[adobestock]

경력 20년이 넘은 LA 한인타운 인근 아파트 매니저는 “예전만 해도 아파트를 빌려도 가구와 가전 제품 등은 자신이 산 것을 가지고 와 이사 갈 때 가지고 나갔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젊은 세입자들은 자동차와 옷가지 정도만 가지고 움직이더라”라며 “집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이 렌트라면서 그게 편하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대다수의 세입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①풀리 퍼니시드(fully furnished)와 ②퍼니시드(furnished), ③세미 퍼니시드(semi-furnished) 그리고 ④일반 유닛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청년층 세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 바로 턴키라고도 불리는 ①번이다. ①번 유닛은 그야말로 세입자가 가지고 들어올 것이 자신의 옷 말고는 없다. 침대와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이불, 장식품. 식기, 수건, 그리고 청소도구 까지 집에 필요한 모든 제품의 사용료가 월 렌트비에 포함돼 있다.다른 유닛에 비해 비싸지만 따로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고 계약 후 그대로 몸 만 나가면 된다.

최근 ①번 유닛에 입주한 한 커플 세입자는 “월세 외 추가로 들일 비용이 없어 오히려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라며 “요즘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은 대다수 턴키 유닛에 입주하려고 한다.①번 유닛은 집과 관련해 불필요한 충동구매를 막는 효과도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①번 유닛 입주자는 “물건을 사면 혹시 이사를 나갈 때, 특히 직장이나 결혼에 따라 타주로 이주할 경우 이사비용만 수천 달러가 든다”라며 “①번 유닛의 경우 옷가지만 배송하면 돼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 정보 업체 크레딧카르마의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의 25%가 집을 포함 전자제품, 가구 그리고 자동차 등을 구매가 아닌 시간제로 임대해 사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자동차는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간제 임대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 공유차량을 빌리면 월 페이먼트,보험료,주유 및 주차비 그리고 기타 관리비(엔진오일, 타이어, 배터리 등)를 절약할 수 있다. 일부 세입자는 자신에게 배정된 주차공간을 다시 빌려줘 추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②번은 소파와 침대, 식탁, 의자, 일부 가전제품(냉장고 ,전자 레인지)과 식기 등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③번은 ②번에서 일부 품목이 제외돼 있지만 이 역시 ④번 유닛 입주에 비해 구매품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세입자들이 ④번이 아닌 ①~③번 유닛을 선호하면서 이에 빠르게 대응하는 건물주들도 늘고 있다. 이 건물주들은 지역 내 렌탈 전문 업체들과 계약을 맺거나 본인이 관련 품목을 일괄 구입한 후 이를 렌트비에 적용하고 있다.

소유 아파트의 유닛 절반 이상을 ①~③번으로 바꾸고 임대료를 차등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한 건물주는 “내가 자랄 때와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이전에는 위치와 렌트비만 좋으면 임대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다. 경제가 청년층의 주택 소유가 점점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어 보다 많은 유닛을 몸만 입주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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