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테러 피해자 추모하며 “쿠르스크 범죄자들과 싸워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베슬란에 있는 천사의 도시 묘지를 방문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최악 테러의 하나로 꼽히는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현장을 찾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테러에 비유했다.

AFP,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베슬란에서 학교 테러 희생자 부모들과 만나 “테러리스트들과 싸운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쿠르스크주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부터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공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또다시 적들이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테러리즘과 싸워 목표를 이룬 것처럼 우리는 신(新)나치들과의 싸움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범죄자들을 처벌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4년 9월 1일 베슬란 제1공립학교에서 334명이 사망한 인질 사건이 발생한 이후 20년 만에 이곳을 찾았다.

당시 테러를 일으킨 체첸 이슬람 반군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200여명을 체육관에 몰아넣었는데, 인질들은 사흘간 폭탄이 설치된 체육관에서 물과 음식도 없이 공포 속에서 지내야 했다.

사건 사흘째 러시아 당국은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섰지만 폭발, 총격전, 체육관 지붕 붕괴 등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7년 이 사건에 대해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러시아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러시아는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베슬란 학교 사건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하면서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리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테러 진압 중 사망한 특수부대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에도 헌화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18∼19일 남캅카스 지역인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은 북캅카스 지역인 러시아 남부 순방에 나섰다.

먼저 카바르디노-발카리야 공화국을 찾은 뒤 북오세티야 공화국을 방문했고, 체첸 공화국으로 이동해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의 체첸 방문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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