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검은 우산 집회'에 참가해 우산을 펴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결제 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의 ‘이중분리’ 원칙을 도입해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결제 대금의 정산 기한 단축과 비교해 이중분리가 훨씬 더 근원적인 해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PG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통합 결제창을 띄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신용카드나 간편결제 등 여러 지불수단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티메프를 비롯해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는 효율성 등을 목적으로 PG 사업을 겸한다.
PG는 자금의 보관과 전달도 전담한다. 카드사 등에서 판매대금을 받아 물건을 판 업체(판매자)에 넘겨준다. 업계에서는 이번 티메프 사태의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고 지목한다. 판매자 정산 기한을 최장 70일까지 늘려놓고, 그사이 결제 대금을 모기업 큐텐그룹의 사업 확장에 쓴 것이다.
PG는 보관업에서 파생된 업종이다. 보관업의 핵심 원칙은 고객의 물건이나 자금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PG에 적용되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이런 유용을 방지할 장치가 없었던 것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신 연구위원ㅇ느 이커머스 등 다른 사업을 하는 업체와 PG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PG가 내부적인 이유로 정산을 못 할 상황을 고려해 고유 계정과 지급결제 계정을 분리해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연구위원은 “정산 기한 단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갑질 방지’가 주목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시장의 작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문제”라며 “PG의 이중분리로 결제금 지급의 완결성을 보장해야 시장이 존재·발전할 수 있으며, 업체들이 티몬·위메프처럼 정산을 미룰 이유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PG를 겸한 이커머스 업체에 대해 건전성을 평가하고 다른 금융기관처럼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유통기업을 감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이중분리의 첫 단계인 PG 겸업 금지와 관련한 법안들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들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이들은 PG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비용이 늘면서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자금을 활용하지 못하면 시장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고객자금을 유용해 결제시장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며, 최소한의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