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떠나간다”…민주당 지명직 최고에 쏠린 눈[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 대부분이 영남 출신 의원들로 채워진 가운데 당 안팎에선 지명직은 호남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 대권 재도전 성공을 위해서는 험지 영남권 외연확장도 중요하지만 전통적 텃밭인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선출직 지도부 6명 중 5명이 영남에 연고가 있다. 이 대표(경북 안동)와 전현희(경남 통영)·김병주(경북 예천)·이언주(부산) 최고위원은 모두 영남이 고향이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선친이 경남 사천 출신이다. 한준호 최고위원(전북 전주)은 호남 출신이지만 지역구는 경기 고양을에 두고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유일 후보였던 민형배 의원이 낙선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는 광주·전남 지역 인사 안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이같은 당내 요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준호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호남권 인사가) 최고위원회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명직 최고위원 등 인사를 할 때 아마 종합적인 고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로,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당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신임 지도부에서는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됐다.

10월 재보궐선거와 2026년 지방선거에 이어 다가올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이 대표에게 호남 텃밭 다지기는 필수 과제다. 국회의원을 지낸 호남 출신 민주당 인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정권 교체를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있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이재명이라고 인정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10월에 나올 이 대표의 재판 1심 결과에 따라 호남의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나 조국 대표가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민주당의 ‘심장부’로 칭해져왔던 호남은 향후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되는 곳이다. 혁신당 지도부는 선거 기간 중 ‘월세살이’에 나서겠다며 호남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국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대표 비서실장 자리에 모두 호남 출신 인사를 각각 임명했다. 아울러 혁신당은 이달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워크숍 장소도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영광으로 잡았다.

지난 4·10 총선 비례대표 선거 당시 혁신당은 호남에서 민주당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혁신당은 광주(47.72%), 전남(43.97%), 전북 (45.53%)에서 모두 민주당(광주 36.26%·전남 39.88%·전북 37.63%)을 앞섰다. 특히 광주에서는 혁신당이 민주당보다 10%포인트(p) 넘는 득표율을 얻었다.

8·18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 중 호남 투표율이 저조했다는 점도 민주당과 호남이 멀어지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전북(20.28%)·전남(23.17%)·광주(25.29%) 모두 20%대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외연확장도 좋지만 텃밭도 관리를 해야 한다”며 “호남 홀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간 말로만 했던 단편적인 호남 달래기가 아니라 인사를 통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서 호남 투표율이 낮아 민형배 후보는 많은 표를 가져가지 못했다”며 “호남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가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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