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만 삼전개미 떠날 때, ‘반도체 소부장 개미’ 14만 늘었다…왜? [투자36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주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에 투자하는 소액주주 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14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 대)’ 희망고문에 괴로워하던 ‘삼전개미(삼성전자 개인 소액 투자자)’42만명이 같은 기간 매도를 선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맹위를 떨쳤던 인공지능(AI) 랠리에 따른 호실적이 뒷받침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사이클’ 도래에 따른 업황 반등에 반도체 소부장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21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가 도출한 ‘KRX 반도체’ 지수를 구성하는 50개 종목 중 올해 6월 말 기준 소액주주수를 공개한 22개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분석했다.

이 결과 해당 22개 반도체 소부장 종목에 투자한 소액주주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125만790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111만1717명과 비교했을 때 13만9073명(12.51%)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반도체 소부장주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투자가 늘어난 주된 이유로는 주가 급등세가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 22개 반도체 소부장주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37조7866억원으로 6개월 사이에 38.69%(10조5408억원)나 증가했다. 그만큼 개별 종목들의 평균 주가 상승폭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22개 반도체 소부장 종목 가운데서 소액주주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한미반도체다. 올해 상반기에만 11만619명에서 15만9356명으로 4만8737명(44.06%)이나 소액주주수가 늘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 상반기에만 2.8배(6만1700→17만2300원) 상승했다. ‘한미반도체 TS본더→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어지는 AI용 칩 개발·생산을 위한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소부장 개미들의 투심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이 밖에도 올 상반기 소액주주수가 1만명 이상 늘어난 종목으론 HPSP 4만7948명(85.96%), 제우스 2만431명(102.71%), 가온칩스 1만8233명(58.29%), 오픈엣지테크놀로지 1만3842명(32.62%)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흐름은 소액주주수가 대폭 감소한 반도체 제조사 삼성전자와 대조적이다. 상반기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기존 467만2039명에서 424만7611명으로 42만4428명이나 줄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10만원 선 이상을 제시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주가 흐름은 오히려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했다”면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실망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손절(손해 보며 매도)’ 등을 감수하고라도 대거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초 6개월간 삼성전자 주가는 3.82%(7만8500→8만15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HBM 선두주자로 치고 나간 ‘라이벌’ SK하이닉스 주가가 67.14%(14만1500→23만6500원) 오른 것은 삼전개미의 소외감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눈 여겨볼 점은 한동안 글로벌 AI 랠리를 이끌던 미 증시에 불어닥친 침체 공포와 ‘AI 거품론’에 의해 강한 조정국면을 거쳐왔던 주요 반도체 소부장주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당 130달러 선을 넘어서며 미 증시 시총 2위 자리를 탈환한 엔비디아의 강세와 더불어 미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강세 등의 훈풍이 반도체 업황 전체에 기대감을 불어 넣으면서다.

최근 2주간(6~20일) 한미반도체 22.32%, 리노공업 21.30%, HPSP 30.70%, 이오테크닉스 32.48%, 원익IPS 21.73%, 주성엔지니어링 28.45%, ISC 38.66%, 가온칩스 37.67% 등 주요 반도체 소부장주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등락률 10.45%, 13.91%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AI 관련 칩 제조를 위한 ‘후방산업(Upstream)’의 성격을 띠는 반도체 소부장주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완성품 제조사에 비해 주가가 선행한다는 것이 증권가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의 AI 투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AI 대세 전환기 직전인 올해와 내년 빅테크 업체들이 AI 데이터센터의 과잉 투자로 선제적 필요 역량의 구축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과소 투자로 AI 시장 주도권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할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소부장주에 대한 투심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는 요건이다.

올 2분기 한미반도체는 전년 동기 대비 396% 증가한 554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무려 45%에 달했다. 한미반도체 측은 “고객사로부터 수주한 HBM용 TC본더가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해 올해 매출 목표인 65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며 “늘어나는 TC본더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연면적 3만3000㎡ 규모 공장 증설을 마치면 오는 2026년 매출액 목표인 2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주성엔지니어링이 361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으로 1년 전에 비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파크시스템즈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6% 늘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 종목에 대한 실적 전망이 높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짚었다. 대표적으로 주성엔지니어링, 한미반도체, 피에스케이홀딩스, 이녹스첨단소재, 코미코에 대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4월 대비 현재 기준 각각 51.74%(288억→437억원), 15.03%(652억→750억원), 59.18%(98억→156억원), 24.88%(205억→256억원), 35.44%(237억→321억원)씩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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