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빅컷’ 신호에 달러 약세…이젠 ‘달러 캐리 트레이드’

달러화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달러 가치가 연초 대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를 끌어내리면서다. 시장에서는 달러를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국 통화로 자금을 옮기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가 확산하고, 달러 대체제인 금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지수(DXY)는 101.14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초 달러 지수가 4.4% 상승한 것과 비교했을 때 최근 하락세는 큰 변화라고 FT는 지적했다.

달러 가치는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대다수 연준 위원들이 경제지표가 예상대로 흘러갈 경우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시장 기대에 설득력을 더했다.

여기에 미국 고용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냉각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달러 인하를 부추겼다. 미국 노동부는 발표한 고용통계현황의 벤치마크 수정치(예비치)에서 최근 12개월간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가 기존 수치보다 81만8000명이나 하향 조정됐다. 당초 발표됐던 수치 290만명보다 신규 고용이 약 30%나 적었다는 뜻으로 미국 경제가 연착륙 중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G10 외환전략 책임자는 “시장은 소프트랜딩(연착륙)과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데 금리를 내리면 달러에는 부정적”이라며 “미국 통화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 전망이 강화되면서 달러를 빌려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지속해서 이뤄지는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달러화를 가져다 브라질 헤알화, 튀르키예 리라화 등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며 캐리 트레이드 투자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카시코프 씨티그룹 외환 퀀트 투자자 솔루션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기준금리가 10.5%인 브라질 헤알 수요가 강하다”면서 “지난주 자금 유입이 평소의 3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금값은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6일 처음 온스당 2500달러를 넘긴 금값은 내년에는 30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미 달러화 약세가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으로 높아진 중동 긴장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루 주춤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일 전장보다 0.42% 상승한 5620.85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소폭 상승한 4만890.49, 1만7918.99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미 국채 금리와 유가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2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의 4.00%에서 3.9326%로, 5년 만기는 전일의 3.701%에서 3.6510%로 낮아졌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778%를 기록하며 52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24달러(1.69%) 하락한 배럴당 71.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15달러 떨어진 배럴당 76.05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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