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햣켄 기담집: 공포와 전율의 열다섯 가지 이야기(우치다 햣켄 지음, 김소운 옮김, 글항아리)=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열대야에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일본 기담집이 나왔다.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이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문학 동료인 햣켄은 분위기 공포 문학의 1인자로 평가받는 작가다. 국내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 앞에서 왔수다”라는 손님과 “요 앞은 무덤밖에 없는데”라는 빙수 가게 사장의 대화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개 짖는 소리’, 자꾸만 돈 꾸러 온 ‘나’를 보면 죽거나 시름시름 앓는 주변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납득해버리는 ‘그림자’, 족제비인지 뭔지 모를 괴상한 요괴를 잡아다 괴롭혀 죽이고 나서 찾아온 무당이 요괴의 쇳소리를 낸다는 이야기 ‘거적’까지. 난해하고 관념적인 표현 없이 담백한 묘사만으로 더없이 섬뜩하게 만든다.
▶일의 진화-유연한 조직, 성장하는 개인(박현영 지음, 북스톤)=9시에 사무실로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회사 생활. 곧 과거의 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종 간 경계는 흐려지고, 인공지능(AI)은 수 십년을 훈련한 인간을 쉽게 대체할 위력을 지녔다.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일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어느 국내 기업의 실험을 담았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과 장소와 방식을 택해 성과를 내는 ‘플렉시블 워킹’의 토종 국내 사례다. 실제 8년 간의 정착 과정을 담은 만큼 실제 사용한 제도와 도구, 가치관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우정’이 없다면 플렉시블 워킹은 그저 운동할 시간, 병원 갈 시간, 은행 업무 볼 시간을 허용하는 복지제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 박현영은 2002년 월드컵 때 회사 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사라진 ‘주6일제’도 겪었다. 이어 ‘주5일제’와 ‘불금’, ‘52시간제’를 거쳐 ‘플렉시블 워킹’에 당도했다.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작가와 작품의 모든 것을 담다(베브 빈센트 지음, 강경화 옮김, 황금가지)=전미도서상 수상자이자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작가,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 스티븐 킹이 데뷔한 지 반 세기가 됐다. 저자는 스티븐 킹과 작업을 같이 했던 논픽션 작가로, 그의 50년 작품 인생을 모두 파헤쳤다. 가난한 대학생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기까지 그의 생애 전반과 함께 60여 편의 출판작 및 알려지지 않은 희귀 작품 등도 함께 소개했다. 여기에 작품의 출판 과정을 설명하면서 게재한 서신과 자필 원고, 초판 표지, 개인 희귀 소장품 등 140여 장의 이미지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의 작품 집필에 영감을 준 일화와 그 결과로 나온 작품, 출판 과정 등 일련의 과정을 좇아 가다보면 어느새 스티븐 킹이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게 된다. 출판사는 이 책과 함께 스티븐 킹의 데뷔작 ‘캐리’의 50주년 리뉴얼판과 그의 최신작 ‘홀리’ 등을 동시에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