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료 면허제’ 만지작… 사직 전공의들 “잡무 기간만 늘어나” 분노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가 개인 병원을 차리기 위해서 ‘진료 면허’를 추가로 획득토록 제도화하는 ‘진료면허제’ 도입을 공식화 하자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개원을 위해 사실상 또하나의 면허를 따야한다는 의무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도 도입 시기를 고려하면 현재 사직 전공의들에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 A씨는 2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진료 면허 도입은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압박 받는 기간을 늘리려고 정부가 작정해 추진하는 정책”이라며 “우리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달라고 했는데 정부는 이 목소리를 듣질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과 같은 열악한 수련 환경 속에서 전공의들을 대학병원에 묶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잡무에 시달리는 시간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반발하는 ‘진료면허제’는 지난 20일 보건복지부가 추진 의지를 다시 확인한 제도다. 복지부는 “의료법 제정 당시의 면허 체계가 이어져 왔고, 독립적 진료 역량을 담보하는 데 미흡했다”면서 진료 면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올해 2월 ‘필수 의료패키지’에도 일부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진료면허제 도입에 대해 전공의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새로운 면허제도기 때문이다. 현재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되며, 의사 면허가 있으면 수련의·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일반의로서 개원해 혼자 환자를 볼 수 있다.

복지부는 이같이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바로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비율이 2013년 약 12%에서 2021년 약 16%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별도의 수련 과정 없이 의사가 되자마자 독립 진료를 시작한 사례가 늘어났다.

진료 면허 도입 과정에서 현재 1년인 인턴 기간이 2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진료과에 소속돼 체계적으로 수련받는 레지던트처럼 인턴에게도 수련 전담자를 두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B씨는 “의대가 괜히 6년이겠느냐. 6년 의대 다니는 동안 실습을 정말 많이 한다”며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도 꼼꼼히 받는데 괜히 정부가 진료 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해서 의대 교육 과정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것 같다”라고 했다.

한의사나 치과의사들에게도 도입할 것이 아니라면 진료면허제를 아예 도입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직 전공의 C씨는 “한의사, 치과의사한테도 동일하게 (진료 면허를) 도입할 것인지, PA 간호사를 몇시간 교육하고 나서 곧바로 의사 일을 시키는 건 괜찮은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며 “전공의 복귀를 못 시키니까 정부가 형평성에 완전 어긋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난 브리핑에서 “진료면허 제도는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뢰 보호의 원칙을 침해한다”며 “현행 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반의·전공의·전문의·전임의 제도를 모두 어긋나게 해 의료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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