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독자경영을 선언한 큐익스프레스가 배송비 결제 방식을 바꿔 자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결제 방식을 바꾸면서 모기업인 큐텐에 유입되는 현금흐름도 차단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큐텐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배송비 결제 방식 중 큐텐 미수금(Qoo10 AR) 방식이 20일부로 종료된다”며 “기존 큐텐 미수금 방식으로 결제 방식을 설정할 경우 종료와 동시에 QxMoney 결제 방식으로 전환된다”고 공지했다.
QxMoney는 큐익스프레스를 이용 시 발생하는 배송료와 기타 비용 지불을 위해 사용하는 큐익스프레스 자체 통화다. 고객이 QxMoney를 충전하면 비용이 발생할 때마다 차감된다. QxMoney 사용 대상 채널은 위시, 큐텐 싱가포르, 큐텐 말레이시아, 큐텐인도네시아, 큐비 등이다. 다만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재팬의 미수금 방식은 유지된다.
결제방식 전환은 큐텐으로 흐르는 자금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큐익스프레스 이용자들은 결제 방식으로 큐텐미수금과 QxMoney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용자들이 큐텐미수금을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면, 큐익스프레스는 추후 큐텐으로부터 배송료를 정산받는 방식이다. 큐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큐텐으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정산받지 못한 금액이 있다”며 “QxMoney도 재무적 차원에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결제 방식을 전환하면서 큐익스프레스는 자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큐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큐익스프레스도 판매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대금이 있다”며 “이번 조치가 자금 현실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정산금은 큐익스프레스가 자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프라임’에서 발생한 것이다. 큐익스프레스가 판매자들에게 제품을 직매입해 상품등록과 포장, 배송 등을 원스톱으로 하는 서비스다. 아직 큐익스프레스의 미정산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 후 모기업인 큐텐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사태 초기 대주주인 구영배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 CEO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 특히 큐익스프레스 FI(재무적투자자)는 보유한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대거 보통주로 바꿔 경영권을 큐텐그룹에서 인수하고, 회사 정상화 계획을 본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대표 회사인 ‘큐텐’과 구 대표가 각각 지분 약 66%와 29%를 보유하고 있다. FI들이 권리를 행사해 주식을 전환하면 구 대표 측은 소수 주주가 된다. FI들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 전환을 완료하고 사업을 회복시킨 뒤 국내외에서 새 SI(전략적 투자자)를 찾을 예정이다. FI는 회사 사명(브랜드)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