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 2심도 징역 5년…“이재명·정진상 친분으로 청탁”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백현동 개발사업 청탁 내용을 전달해주는 대가로 60억원을 받은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70)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부장 한창훈·김우진·마용주)는 23일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5년과 63억5733만333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김인섭)은 이재명, 정진상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정바울에게서 청탁을 받고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한 대관 업무를 맡았다”며 “정바울과 피고인은 동업 관계라 볼 수 없고, 피고인의 알선 행위가 아니면 정바울이 거액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씨는 2014년부터 성남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청탁 명목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74억 5000만원의 현금을 받고, 이와 별도로 2억 5000만원의 현금과 5억원 상당의 식당 사업권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회장이 김 씨에게 ▷백현동 사업 용도 지역 변경 ▷주거지 비율 확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등을 청탁했고, 김 씨는 이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씨는 2005년 시민운동을 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을 쌓았고, 여러 차례 선거를 지원하며 이 대표와 정 전 비서관과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5년과 63억 5700여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김 씨측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정 회장과 동업관계로 정당한 금품을 받은 것이며, 정 전 실장에게는 사업과 관련해 합리적 의견을 개진할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정 전 실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정진상이 증언을 통해 피고인이 정당한 의견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나 알선 행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이를 부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피곤인이 정진상에게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바울에게 청탁받고 수행한 대관 업무는 합리적 의견 개진으로 볼 수 없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가 정하는 알선에 해당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씨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친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청탁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청탁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알선이 실제 어떤 과정을 거쳐 백현동 개발 사업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선수재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판단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해쳐 죄질이 불량하다. 취득 이익이 크고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뉘우치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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