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퀸’ 전기차 시장…수입차 ‘3강 체제’에도 균열 생길까 [여車저車]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수요 침체와 더불어 잇단 화재로 확산하는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수입차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BMW와 1위 경쟁을 벌여 온 메르세데스-벤츠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3위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과정에서 ‘반쪽 공개’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존 ‘3강 구도’가 ‘1강 다중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 ‘EQE 350+’ 모델 차주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벤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집단소송 참여인단을 모집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차주 A씨는 “이 사건의 본질은 파라시스 제품의 하자가 아니다. 벤츠가 소비자들을 기망하며 소비자들이 EQE 구매 여부에 대해서 정상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제조사별 점유율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BMW는 6380대를 판매, 점유율(29.03%) 1위에 올랐다. 이어 벤츠(4369대·19.88%), 테슬라(2680대·12.19%) 순이다. 판매량 ‘톱3’가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1.1%에 이른다.

이번 화재 사고를 기점으로 벤츠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해 지면서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7월 벤츠의 점유율은 25.52%로 BMW(28.06%)와 점유율 격차가 2% 수준이었지만, 1년 새 10% 가까이 벌어졌다.

전기차 제조사 공개 등 업체별 사후 대응도 수입차 지각 변동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인천 전기차 화재로 국민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QE(왼쪽), 테슬라 모델 Y. [벤츠 코리아 제공, 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수입차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BMW다. 지난 12일 수입차 중 가장 먼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BMW는 단종 모델을 포함해 전기차 7종 중 4종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종은 CATL 배터리를, 1종은 삼성SDI와 CATL 배터리를 사용했다.

한발 늦게 전기차 제조사를 밝힌 벤츠는 7종의 전기차 가운데 2종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가, 나머지 5종에는 중국 CATL 및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특히, 화재 차량인 EQE뿐만 아니라 상위 모델인 EQS에도 일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 논란을 더욱 키웠다.

국내 전기차 판매 1위 업체인 테슬라는 ‘반쪽 공개’로 빈축을 샀다. 테슬라 주력 모델인 모델 Y는 올해 1~7월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은 1만1664대가 팔렸다. 모델 3 역시 같은 기간 8081대가 팔리며 2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국내외 주요 전기차 판매사 가운데 가장 늦게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타사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개한 것과 달리 국토교통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개했다. 사실상 차주가 자신의 차량에 어떤 배터리가 탑재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일각에서는 “면피용 정보 공개”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포비아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든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라며 “다만 전기차 제조사 공개와 전기차 점검 서비스 등 업체별 사후 대응에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온도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 수입차 판매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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