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로홉스코예 묘지에서 한 여성이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묘소 앞에서 그를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무장 반란을 시도한 뒤 의문사한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1주기 추모행사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곳곳에서 열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로호프스코예 공동묘지에 있는 프리고진의 무덤에서는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을 주도한 정교회 신부는 기도문을 낭독했고, 여성들이 찬가를 불렀다.
추모객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과를 올렸지만, 쿠데타 시도 후 사망한 그를 영웅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드미트리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인물 중에는 (우주 비행사)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과 프리고진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또 프리고진을 애국심을 바탕으로 애국적인 길을 걸었던 인물이라고 묘사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런 사람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추모객들은 용병그룹 바그너 깃발과 러시아 국기가 세워진 실물 크기의 프리고진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번화가에 세워진 임시 추모관에는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 내 충성파의 사진으로 장식된 벽면 아래에 빨간색과 흰색 장미 화환이 쌓였다. 추모관을 지나다가 잠시 멈춰 사진을 바라보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성호를 긋는 동작을 하는 행인들도 목격됐다.
요식업체를 운영하다가 용병 그룹의 수장으로 변신한 프리고진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단행한 ‘특별군사작전’에서 큰 성과를 냈다. 그는 감옥에서 모집한 수천명의 죄수들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 중 하나인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했다.
프리고진은 이후 군 수뇌부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주장하며 이들과 충돌했고 지난해 6월 전장에 있던 용병들을 이끌고 반란을 시도했다. 그의 용병 부대는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한 뒤 모스크바를 향해 진군하다가 돌연 회군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프리고진을 태운 전용기가 모스크바 북쪽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하면서 그는 6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 있는 프리고진 임시 추모소에 모인 사람들을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가장 심각하게 도전한 인물로 꼽히는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묘지에서는 프리고진이 살아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더 가까워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을 알렉산더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만약 그가 바그너 그룹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좀 더 가까이 접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