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신호를 일제히 보내면서 우리나라 금리 인하 폭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개 연내 1회 정도를 예측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그 이상으로 시행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정치권이 나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직접적으로 비추면서 이러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내달 17∼18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줬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해 다음 달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에 확신을 더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폭은 못 박지 않고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었다. 그는 “(정책) 방향은 분명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경제전망, 그리고 위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금리 인하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이날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BOE는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5%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 방향을 틀었다. 금융시장에선 11월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들도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발언을 덧붙였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은 잭슨홀에서 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유럽의 성장 전망, 특히 제조업 부문이 다소 가라앉았다”며 “이는 9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더욱 커지게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 금리가 움직일 기미를 나타내면서 우리나라 통화정책도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움츠러든 내수로 인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다만, 그 폭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학계에선 대부분 1회 정도로 예측하는 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는 보다 강도 높은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가계부채 문제가 근거가 됐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우리나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이 풀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추가로 더 봐야하고, 물가안정 노력도 더 병행해야 하기에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우리나라도 따라서 내릴 가능성은 있다”며 “올해 0.25%포인트 한 차례 정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도 “의견은 좀 엇갈리고 있고, 미국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해 한번 정도 내릴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가계부채는 지금 금리 조건에서도 매우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1882조4000억원)보다 13조8000억원 많을 뿐 아니라,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 |
미국보다 금리가 지금도 매우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금리를 내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금리를 많이 내리더라도 금리가 이미 역전된 상태에서 그걸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선 우리나라는 빠르게 금리를 내릴 수 없다”며 “미국과 금리 격차 등을 생각했을 때 연내 한 차례 정도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보다 내수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기준 금리를 3.50%로 동결하자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잇따라 표명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3일 원내대책회의 등을 통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내수 진작 문제에서 봤을 땐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최근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소비를 살려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