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막바지 피서를 즐기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바닷물 닿았다면…”
비브리오균으로 인한 장염이나 패혈증은 여름철 신선하지 않은 생선이나 어패류 등 해산물을 잘못 먹으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다른 감염 경로가 있다. 바로 바닷물이다.
오염된 바닷물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비브리오균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처를 통해 감염될 비브리오 균에 감염될 확률은 낮지만, 이로 인한 사망률은 더 높을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바닷가에서 수영 후 바로 씻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평소 낚시를 즐겨 하거나, 바닷가에서 일하는 어부나 해녀,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 등이 위험군으로 꼽힌다.
[유튜브 KBS실험실] |
비브리오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균은 따뜻한 바닷물에 일상적으로 서식하는 균으로 수심이 낮은 해안의 바닷물이나 갯벌, 강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 등 수심이 얕은 바다에 해당한다.
해변의 조개껍질, 바위 등에 긁힌 상처를 타고 균이 침투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 평소와 다른 불쾌감이나 피로, 추위, 40도에 육박하는 고열, 구토와 설사, 붉은 반점과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을 의심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더라도 단순 설사와 복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평소 간 질환이나 혈액 및 신장 질환, 당뇨병,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면 발병 확률이 높다. 간질환 환자는 감염 위험이 80배, 사망 위험 200배에 달한다.
[유튜브 KBS실험실] |
문제는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데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SFA)는 지난 7월 말 “기후변화로 인해 비브리오 균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온도와 염도는 비브리오균의 번식에 중요한 요인이다. 비브리오 균은 수온이 18도 이상이고 염도가 2.5% NaCl 이하일 때에 가장 잘 번식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비브리오 균 감염 발생률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학계의 진단이다. 현재 지구 바다 온도는 140년 전보다 약 1도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비브리오 패혈증 조사. |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북미의 기후온난화와 비브리오 균 감염 증가’ 연구에 따르면 1988년에 비해 2018년 미국 동부에서 비브리오균 감염 사례는 8배 증가했다.
또한 감염이 발생한 장소 역시 북쪽으로 해마다 48㎞씩 이동했다. 이런 추세라면 2041~2060년에는 북위 40도에 위치한 뉴욕 등 주요 인구 중심지가 비브리오 감염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진은 특히 바닷물을 통한 감염에 주목했다. 해산물 섭취 외에 바닷물에 노출됨으로써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는 가능성은 낮지만 사망률은 최대 18%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비브리오 균은 기후변화의 미생물적 척도로 인식된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특히 고위도에서 병원성 비브리오 종 의 적합성과 분포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