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 코리아’를 신규 원전 건설 수주에 훼방을 놓기 위해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체코의 총리 특사가 다음주 우리나라를 찾는다.
체코 측은 이번 방한 기간 우리나라 원전 수주 과정에서 제안한 '포괄적 산업 협력'에 관한 논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정식 계약 체결에 앞서 우리나라에 어떤 선물 보따리를 줄 수 있는 지 협상하는 절차로 해석된다.
2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특사는 내달 3∼6일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고, 현재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 면담, 주요 기관 방문 등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체코 측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찾아 양국 간 산학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산업기술 전문 인력 양성, 연구 기반 조성,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등을 맡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체코에 ‘전방위적인 산업 협력 확대’를 제안하며 체코 원전 수주를 지원했다. 이는 프랑스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된 일정대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온 타임 워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와 함께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체코에 급파해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담은 친서를 피알로 총리에게 전달했다. 당시 제안에는 한국의 제조업 혁신 플랜인 ‘인공지능(AI) 자율 제조’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 간 ‘공급망·산업대화(SCCD)’와 유사한 한·체코 협의체 가동 등을 통해 ‘제조업 기반 개방형 무역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진 양국 간 산업 협력을 고도화하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 등을 통해 산업 협력 체계화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체코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성사된 체코 특사의 방한이라는 점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웨스팅하우스는 우리나라가 체코 등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10월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동시에 한국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팀 코리아’는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체코 발주사와 한수원 컨소시엄은 가격 등 세부 협상을 거쳐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최근 일각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 체코 원전 계약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정식 계약 전까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이 원만하게 해소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