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론] 티메프 사태의 올바른 해답은?

티메프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피해를 입은 사업자와 소비자들은 강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업계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플랫폼 전체의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정산기한 도입 및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보다 짧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판매 대금의 일정비율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개선이 플랫폼을 구성하는 플랫폼 사업자, 이용 사업자(판매자), 소비자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업자 관점부터 보자.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상 직매입 60일, 특약/위수탁 40일인데 최근 규제 방향성이 급격한 정산기한 단축과 결제대금 제3자 예치 등에 초점을 맞춰져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는 신생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고 기존 중견, 중소 플랫폼사의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켜 극단적인 역삼각형 생태계 구조를 만드는 것은 물론, 현재의 완전경쟁 시장구도에서 독과점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많은 플랫폼사업자가 추구하는 하이브리드형 플랫폼에서 직매입 기반의 리테일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토종 플랫폼이 주도하는 국내 플랫폼 생태계가 무너지고,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거대 플랫폼이 주도하는 생태계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이용사업자 관점이다. 직매입, 특약, 위수탁의 경우 직접적인 판매당사자가 해당 온라인쇼핑 사업자에 해당한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해 판매자간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모델이다. 따라서 직매입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자에 비해 상품 풀이 현저히 적은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플랫폼은 진입장벽이 전혀 없는 구조로 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거래해 이들의 판로 확대에 기여한다. 실제 쿠팡 같은 기업도 직매입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중개영역을 일부 운영해 다양한 판로 제공의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련의 규제 움직임은 플랫폼 사업자의 직매입 리테일 영역을 크게 강화하면서 중개영역을 축소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판로시장 자체의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 사업자는 동일, 유사 상품의 많은 상품 풀을 가지고 있으며 상품을 등록한 사업자 간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플랫폼 자체가 가격비교사이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작동해 소비자 편익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결국 플랫폼 내에서 중개영역의 축소는 소수의 직매입 리테일사업자로 시장 재편을 가져와 가격 인상, 서비스 질 저하 등의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나 신생벤처의 출현과 성장을 억제해 국내 플랫폼 생태계의 건전한 경쟁과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이번 티메프 사태 발생의 원인이 불합리하고 미흡한 제도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해당 기업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이로 인한 유동성 부족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정확한 원인 진단과 이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통해 거대 해외 플랫폼기업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국내 플랫폼의 우군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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