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두산이 그룹 사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철회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그룹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양사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11일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두산은 협동로봇,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및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했다. 다음 달 25일에는 임시 주총을 소집,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두산이 애초 계획했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0.63이다. 이는 당시 양사 주가를 반영해 산정한 것이다. 그런데 주식 교환 비율에 대해 주주들이 두산밥캣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비판하자 두산은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감독원이 두산 사업 재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8일 “(두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했다. 두산은 금감원 요청에 지난 6일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공시했지만, 금감원은 26일 또 다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했다.
두산은 공시를 통해 “양사의 포괄적 주식교환의 필요성 및 적절성과 관련한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은 여전히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대해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회사의 정책 및 기조, 기관투자자의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 합병은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 기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선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