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땅 꺼짐 사고 현장에서 복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새삼 도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30일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26분쯤 서울 연희동 성산로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곳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서 도로 침하가 발견돼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사업소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성산로 순찰 중 도로 침하를 발견하고 소방당국과 경찰 등 유관기관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인근 2개 차로를 통제 중이다.
후행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된 땅꺼짐 사고 순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서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순찰하다가 (도로가) 조금 침하한 부분을 발견해서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날 성산로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달리던 SUV 차량이 옆으로 기울어 통째로 빠지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해당 영상은 사고 차량의 뒤를 따라 달리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담긴 것이다.
영상을 보면 편도 4차로 중 3차로를 달리던 흰색 티볼리가 도로 위에 갑자기 생긴 구멍에 빨려 들어가듯 옆으로 기울어 사라진다.
주이삭 서대문구의원이 땅꺼짐이 발생하기 10여분전 반대편 차로에서 촬영한 영상. [주이삭 인스타그램 갈무리] |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싱크홀의 크기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남성 A(82)씨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동승자인 여성 B(79)씨도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땅꺼짐이 발생하기 직전에 징후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땅꺼짐 현상으로 땅에 처박힌 사고 차량을 인양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주이삭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전 11시 13분께 사고 지점 부근을 지나는 차량이 심하게 덜컹거리는 것을 반대편 차로를 지나다 목격했다고 전했다. 영상을 촬영하고 담당 부서에 점검해보라고 전달했는데 13분 뒤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 주 의원 얘기다.
주 의원이 올린 영상은 땅꺼짐이 발생한 지점의 반대편에서 촬영한 것이다. 영상에서 땅꺼짐 인근을 지나는 차량들은 잇따라 심하게 덜컹거렸다.
해당 도로는 서울시 소관이다. 시는 지난 5월 이 도로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했으나 지하 공동(땅속 빈 구멍)은 없었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 사고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
전문가들은 싱크홀 원인으로 지하 시설물 이상 가능성과 장마로 인한 토사 유실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사고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70m 정도 떨어진 홍제천 인근에 빗물 유입 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로를 굴착해 하부에 묻혀 있는 지하 시설물들에 이상이 없는지, 주변에 대형 공사장이나 터파기가 이뤄진 것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많은 비로 인한 토사 유실이 있었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한편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바로 아래쪽으로 도시가스관과 상수도관 등이 지나가면서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우려도 있었으나 가스관 파손이나 가스 누출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