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의 총파업 닷새째인 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진료 중단이 현실화하면서 의료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병원 응급실은 완전히 문을 닫는 ‘셧다운’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빚어진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탓에 진료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등이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강원대병원과 세종 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역시 인력 부족으로 야간과 휴일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서 자체 파악한 결과 이들 병원 외에도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전국의 응급실 진료제한은 이미 상시화됐다. 이날 오전에도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에서 일부 환자의 진료가 제한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거점 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에서 지정된다. 서울에는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서울의료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7곳이 있다.
서울대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은 각각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알렸고, 한양대병원은 수술이 필요한 중증외상 환자나 정형외과 환자, 정신과 입원 환자 등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남아있는 인력으로 응급실을 운영하다 보니 진료 제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쌓여온 문제가 하나씩 드러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코로나19 환자 증가 안내문과 중증응급환자 우선 진료 안내문이 붙은 가운데 의료관계자들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
누적된 피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잇따라 사직하고,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배후 진료'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 겹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분야 전문의가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이나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한 응급실에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증 외상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하면 응급의학과 의사뿐만 아니라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의사가 있어야 하고, 심근경색 환자는 결국 심장내과 또는 흉부외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
의료계는 특히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애초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많은 편이고 인력 운영도 지역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지역에서는 배후진료 위기로 환자들이 이미 권역을 넘나들면서 진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를 향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경증 환자를 분산하는 게 관건이지만, 정작 이들을 어떤 병의원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범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의 진료역량이 이미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지금 얼굴 부위 단순봉합 같은 건 하지 않는 응급실이 워낙 많아서 연휴에는 더 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증환자라고 해도 어디선가에서는 치료받아야 하지 않느냐”며 “그냥 경증환자를 응급실 못 오게 한다고 해결이 아니다. 환자들이 고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