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석 당직병원 4000여곳 지정…의협 “부당노동 강요말라”

대통령과 정부, 국회에 현 의료공백 사태 수습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31일 저녁 대한의사협회 농성장에서 건강 악화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일 “추석 연휴에 응급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시설 외 민간 의료기관에 정부가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데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의협은 이날 의사 회원들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추석 연휴 진료 안내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협은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이 부족할 경우 다른 병의원 중 연휴에 문을 열도록 지정하겠다면서, 진료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한다고 한다”며 “의사도 권리가 있고 가족이 있으며, 연휴에 쉬어야 환자를 더욱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올해 설 연휴보다 400여곳 더 많은 4000곳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지정할 계획이다.

의협이 공개한 복지부 공문을 보면 ‘복지부는 필요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라 당직 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공문에는 ‘응급·당직의료기관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협은 “정부가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데 엄중히 경고한다”며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해 회원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매년 추석과 설 등 연휴 기간에는 진료 대책을 만들어왔고, 이번도 다르지 않다”며 “그간 의료계에서 잘 협조해 주셨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의협은 또 회원 대상 안내에서 ‘연휴 기간 무리하게 진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의협은 회원들에게 “의료 현장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대통령이 공언한 만큼, 이번 연휴에는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스스로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지키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현재 의사인력 부족과 배후진료 붕괴로 24시간 응급 진료가 어려운 병의원이 많다”며 “진료능력이 안 되는데 응급 환자를 받는 경우 환자를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의료대란이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아래의 정부 기관 또는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의협이 ‘집단 휴진’을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박 차관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개인 생각인 것 같다”며 “많은 의료인께서 십시일반 돕는 마음으로 병원 문을 열어서 연휴 기간에 발생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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