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 韓 빵값 세계 5위…공정위까지 나섰는데, 과연?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4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 내 한 부스에서 갓 구운 빵을 전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빵 가격 인하 방안을 검토한다. 국내 제빵산업의 실태를 파악해 관련 규제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비싼 빵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제빵 산업 실태 조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결과 발표 시기는 9월에서 연말로 미뤘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빵산업의 시장 점유율과 유통구조 등 현황을 명확히 파악해 정부 정책에 참고할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해외 주요국과 빵 가격을 비교하고, 국내 빵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원재료 비중을 분석할 계획이다. 제빵산업과 관련된 규제 개선이나 유통구조 효율화 등을 통한 가격 인하 가능성도 검토한다.

공정위의 조사는 국내 빵 가격이 해외보다 과도하게 높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가·도시를 비교하는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한국의 식빵 한 덩이(500g) 가격은 3.11달러(한화 약 4200원)로 전 세계 5위였다. 스위스(3.86달러), 미국(3.58달러), 덴마크(3.21달러), 네덜란드(3.19달러) 다음으로 비싸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비싼 빵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빵 물가 지수는 129.20으로 전년보다 9.5% 올랐다. 전년 전체 물가 상승률인 3.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2분기 빵 물가 지수는 130.19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0.3% 더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전년 동기 대비 빵 가격 인상률은 6~9%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 ‘후레쉬 크림빵’은 1700원으로 300원 올랐다. 뚜레쥬르 ‘슈크림빵’은 200원 오른 19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설탕, 소금 등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는 논리다. 실제 원재료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설탕 물가 지수는 146.7로 전년 동월 대비 7.7% 올랐다. 같은 기간 소금은 9.8% 오른 176.5였다.

공정위는 가격 상승 요인과 함께 경쟁 상황과 담합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사는 직접 구워 파는 ‘베이커리’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양산빵’으로 나눠 진행한다. 기존 법과 규제 등에 의해 신규진입이 지연되거나 사업 활동에 제한을 받았는지도 살핀다. 프랜차이즈 제빵업체의 골막상권 진출을 제한하는 상생협약이 해당 시장의 경쟁자 수나 사업자의 경쟁 능력을 제한했는지도 포함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 “제빵산업에서 가격과 관련된 여러 요인을 살피고, 시장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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