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계약 해지 당한 언론사 2심도 승소했지만…법원 “약관법 위반은 아니야”

네이버 뉴스스탠드 서비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네이버가 뉴스 제휴 계약을 해지한 것이 부당하다며 언론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네이버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네이버의 뉴스 제휴 약관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2부(배광국·박형준·장석조 부장)는 위키리크스한국이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네이버의 계약 해지는 부적법하고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네이버는 원고에게 뉴스스탠드 관리페이지 접속 계정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인터넷신문사업자로 2019년부터 네이버와 뉴스스탠드 제휴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는 언론사와 ▷뉴스 검색 ▷뉴스 콘텐츠 ▷뉴스 스탠드 계약을 맺어 기사를 공급한다. 뉴스 스탠드는 언론사 웹사이트 첫 페이지 상단과 동일한 범위 내에서 네이버를 통해 뉴스 목록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연결(아웃링크)되는 방식이다.

2021년 네이버는 또다른 인터넷신문사업자 A사가 제휴 신청을 하며 제출한 기사리스트 일부에 위키리크스한국의 기사가 일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해 11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는 해당 사안이 심사규정 위반이라고 판단, 위키리크스한국을 재평가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제평위는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에 뉴스를 노출할 매체를 심사하는 독립기구다. 학계, 언론계에서 30명의 위원을 위촉해 심사한다.

제평위는 2022년 2월 재평가 결과 위키리크스한국이 뉴스스탠드 제휴 기준 점수 70점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제휴계약 해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위키리크스한국에 뉴스스탠드 제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네이버의 제휴 약관 16조에 따르면 네이버는 제휴매체가 계약을 위반하지 않아도 제평위 심사 결과에 따라 해지할 수 있으며, 언론사는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위키리크스한국은 네이버 제휴 약관이 제휴약관법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네이버의 약관이 불공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우선 제평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데도, 심사 기준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제평위) 심사규정은 정량평가 20점, 정성평가 80점으로 정성평가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정성평가 심사항목도 포괄적·추상적이어서 심사위원 개개인의 주관적·자의적 판단이 작용될 여지가 크다”며 “제휴언론매체의 방어권 보장도 매우 취약하다”고 했다.

제평위 심사 결과를 이유로 곧바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네이버 약관도 부당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제휴약관은 법정해지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제평위 재평가 결과에 따라 피고의 해지권이 행사될 우려가 있다. 시정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네이버의 약관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사가 제출한 자체기사에 위키리크스한국 기사가 포함된 점을 이유로 재평가 조치를 취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먼저 2심 재판부는 제평위와 방심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제휴 약관은 사경제주체 간의 사적계약”이라며 “온라인 기사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이 크고 공적 규제의 필요성이 일부 인정된다 해도 제평위에 방송법 등 공적 영역과 동일·유사한 수준의 절차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제평위는 재평가를 위한 정족수, 배점, 평가기준, 점수 산정 방법, 최저점수 등을 상세하게 정하는 등 대상 약관 자체가 불공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제평위 평가 잘치가 언론사의 항변권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심사규정은 제평위 조치 종류와 사유를 시정요청, 경고처분, 노출중단, 계약해지 등 단계별 조치를 정하고 있다. 언론사는 단계적 과정에서 시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언론사의 법률상 항변권 등을 적절히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A사가 원고의 기사를 사용한 사실이 제평위의 A사 재평가 회부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꼼꼼하게 판단했다. 제평위는 포털사와 직접 제휴 계약을 맺지 않은 언론사의 기사가 제휴 매체를 통해 포털에 기사를 보내는 것(우회송고)을 금지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제휴사는 자사의 제휴 기사만 포털을 통해 노출시킬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의 경우 자사의 기사가 타사에 게재됐지만, 해당 기사가 네이버에 전송되지는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심사규정은 제휴매체가 다른 매체의 기사를 자신의 기사인 것처럼 포털사에 제공하는 행위만을 규정한다. A사가 원고 기사를 자신의 기사인 것처럼 사용하도록 허락하거나 가담한 행위가 심사규정에서 정한 부정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전제로 제평위가 재평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제휴범위 외 영역에서 제휴 언론사가 자매지에 자신의 기사를 제공한 것만으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원고에게 A사에 게재된 원고 기사를 삭제하도록 시정조치를 명하는 등 단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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