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US스틸 본사에서 미국 철강 노동자들이 일본 신일본제철의 인수를 지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철강회사 US스틸 매각에 미국 정치권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냈고, 심지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매각 불허 입장을 준비 중이다. 20세기 미국 경제 성장을 상징하던 철강기업 US스틸을 일본 기업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노동자 표심을 노리는 ‘정치적 셈법’ 때문이라는 의심이 크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한 공동 유세에서 “US 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인수 계획을 반대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도 같은 날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심의를 요청했으며 백악관은 당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기 전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은 “CFIUS는 아직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이번 절차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할 내용은 없다”며 CFIUS의 심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우리는 (1기 재임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이라며 인수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이 US 스틸 인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업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된 US스틸은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 제조업체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철강 비용이 오르면서 침체기에 빠졌고, 2020년부터 노조원 수를 최대 1만명까지 줄이고,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 제철소를 줄이는 등 경영은 악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분석가들은 올해 말까지 철강 수요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표를 의식한 탓도 있다. 현재 US스틸은 약 1만1417개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고 있으며, 간접 일자리까지 포함하며 더 늘어난다. US 스틸 직원들도 인수가 진행될 경우 일자리 감소 등의 우려로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일본제철 [AP] |
일본제철은 해당 기업 인수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도통신과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전날 “다른 어떤 선택지보다도 (US스틸 인수가) 미국 러스트 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역)를 재활성화할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와 국가 안전보장에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인수 뒤에는 이사의 과반수를 미국 국적자로 구성하고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본사도 유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US스틸도 정치권의 반대에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WSJ와의 인터뷰에서 매각 계획이 무산되면 피츠버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몬밸리 제철소를 폐쇄하고 본사도 피츠버그 밖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릿은 “일본제철이 US스틸에 투자하기로 한 30억달러(약 4조221억원)가량은 공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거래가 실현되지 못하면 이런 일들을 할 수 없고, 나는 그럴만한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US 스틸 공장. [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