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응급실서 활용 못한다” 곳곳서 파행인데…235명 추가 파견

정부가 23일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주요 상급종합병원 등에 군의관 120명을 신규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의사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에 군의관들을 파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파견 군의관 3명과 면담한 끝에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복귀를 요청했고, 세종 충남대병원도 당장 군의관들이 진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방부 등과 협의해 군의관들이 최대한 빨리 응급실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복지부는 전날부터 응급실 등 의료현장에 군의관 250명의 파견을 시작했다. 이들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총 8명이다.

복지부는 군의관 15명을 의료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집중관리대상 의료기관 5곳에 배치했다. 의료기관별로는 아주대병원 3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이다.

이 가운데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군의관 3명이 출근 중이긴 하나, 면담 결과 응급실 근무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병원 측이 이들에게 복귀 조치를 통보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 충남대병원에서조차 군의관들과 업무 범위를 논의한 결과, 진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세종시 측은 “군의관 업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전날 5명 중 1명이 출근했다는 복지부 설명과는 달리 실제 5명 모두 이날부터 출근했다. 이는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이 하루 늦게 출근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강원대병원도 현재 전공의 경력 등을 확인해야 해서 당장 정식 근무에 군의관들을 투입하지는 않았다.

강원대병원 측은 군의관들이 현장에서 일손을 보탤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논의되는 바는 없다”고 전했다.

아주대병원 마취과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전문의인 군의관 1명이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이곳 응급실에 2명, 일반 병동에 1명 등 총 3명의 군의관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날 오후까지 정작 응급실에는 군의관이 투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 배치하기로 한 군의관 인원이 변동된 것은 아니다”라며 “군의관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여러 주체 간 소통 문제 등이 있어 투입이 다소 지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는 군의관들을 당장 응급실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인데, 정부는 기존에 파견한 15명 외에 9일부터 235명을 추가로 파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국방부 등과 협의해 문제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이대목동병원에 배정된 군의관 3명은 현장을 방문해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협의하다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파견 군의관들과 병원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군의관 중에서도 응급의학 전문의가 많지 않은 데다 응급실 근무를 어려워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군의관들이 최대한 현장에 도움 되게끔 참여를 설득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부 병원에서 파견 군의관의 업무 범위에 관해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 불미스러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복지부와 국방부, 병원 등 3자가 논의해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는 미수용 사례를 방지하고자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에는 복지부가 전담관을 지정해 문제가 발생하면 인력을 지원하는 등 즉시 대응하고, 나머지 응급실 384곳에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전담책임관을 지정한다.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 병원은 이미 군의관이 파견된 5곳 외 고려대안암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동아대병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건양대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단국대병원, 순천향천안병원,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 구미차병원, 양산부산대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건국대충주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이다.

이 가운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8곳, 지역응급의료센터는 7곳이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전담관들은 직접 병원에 가서 24시간 상주하는 방식으로 일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지속해서 병원과 소통하고, 인력이나 근무 형태 변화 등을 수시로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이날부터 25일까지 3주간 지자체장이 반장을 맡는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다.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응급의료 상황 관리, 응급의료체계 점검 계획을 세우고. 특이상황이 발생하면 복지부와 행안부에 즉시 공유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도 응급실이 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윤순 실장은 “응급실 붕괴나 마비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은 현재 따로 없지만, 붕괴라는 건 의료 서비스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생각한다”며 “응급실 운영에 일부 어려움은 있으나, 의료 붕괴 또는 마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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