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인프라코어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의 이웅건(왼쪽부터) 책임연구원, 박윤섭 파트장, 노현준 선임연구원, 이원석 책임연구원이 5일 인천 본사 엔진 전시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헤럴드경제(인천)=한영대 기자] “수소연소엔진(이하 수소엔진) 개발을 경쟁사보다 2년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품 양산 시기를 놓고 다툼을 벌일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굴착기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엔진 분야에서 더욱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1977년에 진출한 건설기계 사업보다 약 20년 전인 1958년 디젤엔진 사업에 뛰어 들었다. 국내 최초 디젤엔진 사업인 것이다. 현재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 생산하는 엔진은 트럭과 버스, 건설기계에 설치되고 있는 것은 물론 발전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엔진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HD현대인프라코어가 최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수소엔진’이다. 수소엔진은 기존 내연기관에 연료 공급계 등을 변경, 수소를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 엔진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해 기존 디젤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친환경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라는 별도 조직을 신설, 수소엔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박윤섭 HD현대인프라코어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장은 5일 인천 HD현대인프라코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환경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만들어 지고 있는 만큼 수소엔진은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라며 “HD현대인프라코어는 수소엔진을 미래 먹거리로 판단, 이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웅건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엔진과 수소연료전지 중 하나를 개발해야 한다”며 “경제성, 내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소엔진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의 박윤섭(오른쪽부터) 파트장, 이웅건 책임연구원, 이원석 책임연구원, 노현준 선임연구원이 5일 인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HD현대인프라코어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의 박윤섭(오른쪽부터) 파트장, 이웅건 책임연구원, 이원석 책임연구원, 노현준 선임연구원이 5일 인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수소엔진은 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이용해야 하는 수소연료전지와 달리 저순도 수소로도 구동이 가능해 경제적이다. 전기배터리와 비교했을 때는 용량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스탯츠빌은 수소엔진 시장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8.74%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11ℓ급 수소엔진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단연 ‘안전성’이다. 수소로 연소를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이상 현상을 막기 위해 테스트를 끊임 없이 진행했다. 박 파트장은 “수소는 천연가스, 디젤과 비교했을 때 연소가 빨리 이뤄졌다”며 “원하는 시점에 수소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기존 디젤 엔진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했다. 노현준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 선임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는 60년이 넘는 기간 지속해서 엔진 개발에 집중했다”며 “(수소엔진 개발 때) 그동안 보유한 노하우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원석 수소·가스엔진개발파트 책임연구원은 “수소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를 90% 이상 잡아낼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수소엔진 분야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글로벌 엔진 기업인 미국 커민스, 독일 만(MAN) 등이다. 특히 커민스는 2020년부터 수소엔진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인프라코어보다 2년 일찍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건설기계 전시회 콘엑스포에서 HD현대가 전시한 수소엔진.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HD현대인프라코어가 개발 중인 11ℓ급 수소엔진.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제품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엔진 시제품 개발은 이미 완료, 현재 트럭에 수소엔진을 설치한 후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산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이다. 박 파트장은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은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양산 시기는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수소엔진은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미국 콘엑스포, 프랑스 인터마트 등 세계적인 건설기계 전시회에서 수소엔진을 전시했다. 이웅건 책임연구원은 “대규모 행사에서 (수소엔진을) 전시한 이후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제품과 관련해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향후 목표는 수소엔진 포트폴리오 다각화이다. 현재 차량용 제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올해 연말부터는 발전용 제품의 실증 운전에 착수할 예정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11ℓ급를 넘어 22ℓ급 대형 수소엔진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웅건 책임연구원은 “지금보다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 수소엔진이 들어갈 수 있는 차량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파트장은 “수소엔진 장점이 뚜렷함에도 보조금 측면에서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지원을 적게 받고 있다”며 “보조금이 올라가면 수소엔진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