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인에 책임 떠넘기고 이의제기도 막아…중고차 캐피탈 불공정약관 ‘손질’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대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대출모집인에게 전가하고 이의제기를 금지하는 등 불공정한 내용이 담긴 중고차 캐피탈 약관이 시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중고차 캐피탈사가 대출모집인과 체결하는 위탁계약서상 약관을 심사해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해당 캐피탈사는 메리츠캐피탈, 비엔케이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제이비우리캐피탈, 케이비캐피탈, 하나캐피탈,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이다.

모집인은 중고차 대출업무 위탁계약에 따라 캐피탈사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캐피탈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된 모집인은 569개 법인, 개인사업자 2만9000여명으로 우리나라 중고차 구매 관련 총대출액 중 모집인을 통한 대출은 71%에 달한다.

공정위는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의 공정한 거래기반 구축을 위해 영세업체 등에 부담이 되는 불공정약관을 찾아 시정을 권고했다.

먼저 대출 사고 등으로 인한 손해의 책임을 모집인에게 전가하는 조항을 시정했다. ‘소유권이 이전 설정되지 않은 경우, 을(모집인)이 전액 손해배상’, ‘구매자가 캐피탈사에 대한 대출금의 상환을 거부한 경우, 을(모집인)이 손해배상금 지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캐피탈사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모집인이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데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모집인이 캐피탈사에 부담하게 되는 대출금 배상 책임과 관련해 모든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시정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항변권 등의 권리를 타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봤다.

아울러 ▷캐피탈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및 부당한 통지 조항 ▷위탁업무 또는 담보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을 모두 모집인이 부담하도록 한 조항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캐피탈사의 해석에 따르도록 한 조항 ▷캐피탈사가 부당하게 계약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모집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 등도 삭제 또는 수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따라 3만명에 이르는 중고차 대출모집인의 부담이 줄어들고 중고차 대출 시장의 거래 질서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