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8월 미국 고용 증가세가 다소 부진하면서 커졌던 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 기대가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시장 기대를 조정하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는 요동칠 수 있다. 지난달 5일 ‘블랙먼데이’ 사태 때처럼 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침체하면 큰 폭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커질 수 있지만,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면 금리 인하도 차근차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이번 달 25bp(1bp=0.01%포인트) 인하 전망이 70%로, 50bp 인하 '빅 컷' 전망 30%를 앞서고 있다. 5일까지만 해도 25bp와 50bp 인하 전망이 각각 59%, 41% 수준이었으며 6일 8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빅 컷 전망이 45%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 내에서 영향력 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몇 달간 더 많은 지표가 나오기 전에는 빅 컷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시사하면서 시장 기대는 다시 조정됐다.
앞서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14만2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16만명가량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6만1000명이었다.
종전 발표됐던 6∼7월 고용 증가 폭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7월 고용 증가 폭은 처음 발표했던 11만4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줄었다. 8월 고용도 보고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증가 폭 3개월 이동평균은 7월 14만1000명에서 8월 11만6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5개월 연속 내림세가 이어졌다.
지표는 빅컷 기대를 높였지만 연준의 입은 이를 부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빅 컷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반면 일부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25bp 인하를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시장 반응에 따라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는 요동칠 전망이다. 고용 보고서 발표 이후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10.34포인트(-1.01%) 내린 40,345.4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4.99포인트(-1.73%) 내린 5,408.4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36.83포인트(-2.55%) 하락한 16,690.8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과 대형 기술주 차익실현의 여파였다. 강도 높은 금리 인하가 없다는 시장 확신이 거세지면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제조업과 고용 지표가 연이어 부진한 상황이 지난 8월 초의 흐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주식시장이 급속한 조정을 받는다면, 연준에는 새로운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이 보통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인 '빅 컷'을 단행해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연준 내 유력 인사들은 연이어 발언에 나서며 이번 달 중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개시하겠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번 주부터는 연준 위원들이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