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TV 토론에서 빈 종이와 펜 한 자루만 들고 통치 잠재력을 겨루게 됐다.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정리한 오는 10일 토론 규칙에 따르면 이번 토론은 기본적으로 진행자 질문에 두 후보가 2분씩 답변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공방에 앞선 모두 발언은 하지 않으며 질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진행자에게만 부여된다.
토론 주제나 질문은 미리 후보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두 후보가 역량의 바닥을 노출할 수 있는 위험은 커졌다.
각 후보는 질문에 대해 2분씩 답변할 시간이 주어지며 한 번씩 답변을 마친 후에는 상대 후보의 답변에 반박할 수 있도록 2분이 추가로 다시 주어진다.
반박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두 후보에게 “후속 설명이나 해명,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추가로 1분이 더 주어진다.
토론의 마지막에는 각 후보가 2분씩 마무리 발언을 한다.
마무리 발언 순서는 사전에 진행된 가상 동전 던지기 결과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이 먼저 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중에 하게 됐다.
두 후보는 총 90분간 진행되는 토론 내내 연단 뒤에 빈 종이와 펜, 물 한 병만 가지고 서서 토론한다.
선거 캠프 관계자는 토론 도중은 물론 중간 광고가 나가는 2분간의 휴식 시간에도 후보들과 말하거나 접촉할 수 없다.
토론 주최자는 ABC며 토론회는 생중계된다.
미국인들이 TV를 가장 많이 본다는 동부시간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펼쳐진다.
토론 장소는 이번 대선에서 주요 경합주 중 하나로 주목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 있는 국립 헌법 센터다.
방청객은 입회하지 않으며 ABC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가 사회를 맡는다.
토론 규칙에서 관심을 모았던 마이크 작동 시점과 관련해서는 각 후보의 정해진 발언 순서에만 마이크가 켜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때와 같은 방식이다.
상대의 발언을 중간에 끼어들어 차단하기 어려워진다.
자신의 순서가 아닐 때 후보가 무심코 내뱉는 논란의 발언이나 의도하지 않은 혼잣말이 방송에 잡히는 ‘핫 마이크’ 사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TV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구원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이후 두 후보가 처음으로 맞붙는 자리다.
앞서 바이든(민주당) 대통령은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과 TV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횡설수설하다가 치명적인 역풍을 맞았다.
고령에 따른 인지력 약화 때문에 차기 대선후보, 나아가 현직 대통령으로서 역량이 의심된다는 민주당 내 압박에 결국 해리스 부통령에게 후보직을 넘겼다.
이번 TV 토론도 그에 못지않은 폭발력을 지닌 초대형 정치 이벤트로서 접전 양상인 대선 판세를 가를 중대 변수로 지목된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으로서는 유권자들의 친화적인 시선을 계속 유지할지 갈림길에 몰렸다.
후보 교체 후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상승세를 타던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이 최근 주춤하자 ‘허니문’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품을 걷어내고 ‘진검승부’에 들어갈 시점에 들어갔다고 진단한다.
이런 분기점에 이뤄지는 이번 TV 토론은 앞으로 두 달간 숨 가쁘게 펼쳐질 대선 가도의 초반 양상을 결정지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토론회를 특유의 거칠고 감정적인 입으로 망칠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참모진은 그간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에 관한 발언 등 인신공격을 일삼자 이를 자제하고 정책에 더 집중하라고 조언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담아듣지 않았고 토론에서도 해리스 측의 도발에 넘어가 선을 넘는 모습을 노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화당 전략가 중 한 명인 트리샤 맥러플린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 진행자 2명이 한 편에 서서 자신을 3 대 1로 몰아간다고 느낄 경우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ABC가 자신에게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