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록밴드 오아시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으로 인한 팬들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고가의 공연 티켓을 되파는 행위인 ‘리셀’(resell)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몇 십만 원에 불과한 티켓값이 1000만원까지 튀어 오르면서 오아시스가 직접 성명으로 경고를 냈을 정도다. 영국 규제 당국 역시 이 같은 행위를 근절하고자 대책에 나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은 영국 반독점 규제기관 경쟁시장청(CMA)은 브릿팝의 전설 오아시스의 공연 티켓 고가 논란과 관련해 미국 티켓판매업체 티켓마스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CMA는 수요 등에 따라 티켓 가격이 변동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판매 방식이 공정했는지도 조사한다.
세라 카델 CMA 청장은 “팬들이 티켓을 구매할 때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조사에 착수했다”며 “많은 사람이 결제 시 티켓 가격에 놀랐고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조사는 초기 단계로, CMA는 관련업계와 소비자에게 증거를 수집 중이다.
오아시스가 내년 7∼8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17차례 여는 공연의 티켓은 지난달 말 온라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티켓값이 애초 책정된 가격보다 2∼3배가량 높은 금액에 올라오기 시작해자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수요와 공급 상황, 경쟁사의 가격 등을 고려해 티켓 판매가격을 수시로 바꾸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탓에 가격이 급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델 청장은 앞서 정부 제출 문서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자체가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기업이 소비자를 오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 등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전설적인 록밴드다. 이 밴드의 주축인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간 불화로 2009년 해체됐지만, 15년 만인 지난달 27일 투어 일정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AP] |
이처럼 유명 가수들의 공연에서 발생하는 리셀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공연마다 재판매로 돈벌이에 나서는 암표상이 나타나면서 관련 산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쳤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의 경우 정가 499달러에 팔린 지난해 4월 애틀랜타 공연의 암표값이 3만5438달러(약 47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인기 공연의 경우 높은 예매 경쟁률로 티켓을 확보하는 것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익을 노리고 웃돈을 주고 다른 팬에게 입장권을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봐야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에 티켓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 당국 역시 이 같은 암표 행위를 단속하고자 손을 걷은 상태다. 앞으로 이런 판매자를 찾아내 세금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미국 국세청은(IRS) “600달러(80만원)가 넘는 공연 등 티켓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되팔아 이문을 남긴 사람들을 파악, 세금을 징수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선 테일러 스위프트의 출생 연도(1989년)와 앨범 제목을 딴 콘서트 티켓 재판매 규제 법안이 제정되기도 했다.
지난 5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전날 콘서트 티켓 재판매 규제 법안 ‘하우스 파일 1989’에 서명했다. 이 법은 티켓 판매자가 기본 가격에 추가되는 모든 수수료를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판매자가 1장을 초과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을 대표 발의한 미국 민주당 소속 주의원 켈리 몰러는 지난 2022년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려다 티켓 판매 사이트인 티켓마스터가 다운되는 바람에 티켓을 사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