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건설경기 악화에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화물 터미널에서 시멘트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 |
시멘트업계가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상반기 시멘트 생산과 출하 모두 감소한데다 재고까지 쌓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만간 생산량 조절을 위한 부분적인 설비 가동 중단마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시멘트협회는 10일, 상반기 시멘트 생산, 출하 및 재고 실적을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약 13% 감소한 2274만톤, 출하 역시 약 12% 감소한 2284만톤으로 집계됐다.
반면 재고는 출하감소의 영향으로 약 16%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결과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에 업계 내에서도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라는게 협회 측 설명이다. 일각에선 향후 2~3년 내 출하량이 4000만톤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협회 측은 “연간 출하량 4000만톤은 IMF 외환위기에도 경험한적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이에 국내 시멘트업계는 내부적인 원가절감 등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사례 또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건설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 건설수주액이 전년대비 15.4% 증가하는 등 주요 건설선행지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이는 공공부문의 수주 호조에 따른 영향이 크다. 시멘트 내수에 관건인 아파트 등 민간부문 중 신규주택 수주는 무려 50.2%나 감소한 점이 뼈아프다.
시멘트업계는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호전된 건설지표에도 시멘트 수요를 진작할 요인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웃 일본 시멘트산업의 쇠퇴를 보면서 국내 시멘트업계 역시 저성장 기조에 발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뿐,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감소와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유연탄과 함께 시멘트 제조원가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까지 하반기에 인상되면 낙폭은 더 커지고 장기화될 것”이라며 “연간 1억톤이 넘던 일본의 시멘트 내수가 이제는 4000만톤 이하로 추락했듯이 국내 시멘트 내수도 40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것을 상정해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치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