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초박빙으로 흐르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TV토론이 열렸다. 사진은 TV토론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 |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10일(현지시간) TV토론을 웃으며 악수로 시작했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방송 주관으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사회자가 두 후보를 소개한 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다가가 “카멀라 해리스”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손을 내밀며 호응했다. 지난 6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 때 악수 없이 토론을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이전까지 서로 대면한 적이 없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관세 부과에도 물가 안 올라”, 해리스 “최고의 실업률, 최악의 민주주의”=해리스는 해리스는 이날 토론에서 자신이 중산층 출신임을 강조하며 기회의 경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또한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계획과 관련해서는 “20%의 판매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 재정적자가 5조달러 증가하고 중산층 가정에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때 관세를 부과했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며 물가가 전례 없는 수준까지 오른 건 바이든 행정부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관세를 유지했고 현 정부에서 중산층뿐 아니라 모든 가계가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녀 “해리스와 바이든이 들여보낸 불법이민자 때문에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리스는 마이크가 켜지자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건 최악의 팬데믹과 대공황 이후 최고의 실업률”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트럼프는 여러분을 위한 약속이 없다”며 트럼프는 오직 자신과 지인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트럼프, 낙태 금지법 서명할 것”…트럼프 “거짓말”=두 후보는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연방 대법원에서 폐기된 것 등을 두고 대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대해 헌법학자 등이 지지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들은 ‘로 대 웨이드’를 주(州)로 되돌리려고 했으며 그것이 내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과거 신생아가 출산한 이후에 “아기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낙태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라며 “이제 20개 주 이상이 (낙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등을 범죄화하는 ‘트럼프 낙태금지법’이 있다”면서 “트럼프가 다시 선출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은 완전 거짓말”이라면서 “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기는 각 주가 낙태(금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낙태 금지에 찬성하지 않지만, 이제는 각 주가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것(내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어디에서도 여성이 임신 기간을 다 채우고 낙태를 요청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태 금지법 때문에 미국 여성들이 시험관(IVF) 시술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발언 역시 “또 다른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해리스 “트럼프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아”=외교문제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이스라엘 시민 지원하고 지지한다”면서 “트럼프는 국가안보와 외교책에서 나약하고 잘못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재자를 경외하고 스스로 독재자가 되고싶어 한다. 과거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하고싶은 것을 다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트럼프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기도 했으며 이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군사 장관 등 전역한 장성들이 트럼프를 불명예라고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 편 펜실베이니아 제2의 도시인 피츠버그에서 ‘토론 특훈’을 받은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낮 토론이 열리는 국립헌법센터를 찾아 사전 답사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전날 밤 필라델피아에 입성한 해리스 부통령은 현장 답사 이후 시내 호텔로 복귀해서 토론 준비를 이어갔다.
3번째 대선에 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론 경험이 적은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까지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 머물며 외부 일정을 최소화한 가운데 ‘토론 캠프’ 형태의 특훈을 받았다. 그는 이 기간에 토론 상대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역’에게 ‘트럼프 스타일’의 박스형 양복과 긴 넥타이를 착용하게 하는 등 실전 같은 모의 토론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 진행되는 토론을 2시간여 앞두고 개인 전용기편으로 필라델피아공항에 도착했다. 하루 전 도착해 현장 답사까지 한 해리스 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이미 6차례 대선후보간 TV토론을 치러 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유가 느껴지는 행보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대선 토론이 열린 것은 1976년 대선 때 이후 처음이다.
이날 TV토론이 열리는 필라델피아는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최대 도시이자,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세워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