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P]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TSMC 외에 다른 업체에 자사 AI 가속기 위탁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확대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AI 가속기 시장의 ‘큰 손’ 엔비디아의 물량을 받게 된다면, 수주 확대로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기술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그들(TSMC)이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한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찾을 수 있다(we can always bring up others)”고 말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가장 인기 있는 ‘호퍼’ 시리즈(H100·H200)와 차세대 칩 ‘블랙웰’을 모두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TSMC 외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뿐이다.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에도 AI 가속기 물량을 맡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각종 산업에서 AI 서비스가 확산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포함한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AI 반도체를 만들 위탁 생산 업체는 극히 제한돼있어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현재로서는 전세계 AI 가속기 생산을 TSMC가 쥐고 있는 셈이다. AI 가속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전체 물량을 TSMC에 맡기고 있으며, TSMC 2분기 매출 중 AI 반도체 제품 비중은 52%를 기록했다.
황 CEO는 “(AI 칩) 수요가 너무 많다”며 “모두(모든 업체)가 가장 먼저이고 최고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제한된 공급으로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칩 공급을 받지 못하는 일부 기업은 좌절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엔비디아로서는 TSMC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과제다. 이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11.5%를 삼성전자와 50.8%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삼성전자에게도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확대하는 것 시급한 과제다. 현재 구축 중인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신규 팹의 투자 속도를 조절할 정도로 수주 확대가 절실하다. 4나노 공정의 경우 수율 확대에 성공해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3나노 2세대 및 2나노 등 차세대 공정은 수율 안정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올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성장세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센터장은 “TSMC는 올해 전년 대비 25% 이상의 매출 증가를 예상했는데, 4분기 예상 실적까지 고려해본다면 30%가 넘는 성장도 가능할 것 같다”며 “TSMC는 내년에 약 360억 달러의 역대급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