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청소년 15%, 초등학생 때 시작… 자금 마련하려 중고거래 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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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도박 청소년 가운데 15%는 초등학생 때 처음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박을 한 청소년 절반 가량은 온라인이 주요 접속 경로였다. 도박으로 빚을 진 경우 본인의 용돈으로 메우거나 부모가 변제한 사례가 많았다. 일부 청소년들은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금품 갈취나 중고거래 사기를 저지른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3개월 동안 청소년 1만6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각 학교의 조례·종례 시간을 활용해 온라인 상에서 이뤄졌으며, 청소년 도박 관련 17문항, 대리입금 관련 7문항 등 총 24문항으로 구성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직접 도박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57명(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친구나 지인이 도박을 하는 것을 ‘목격한 청소년’은 1069명(10.0%)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도박 경험률과 목격률이 10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도박 청소년의 성별 비율은 남학생(86%)이 많았으며, 시작 시기는 중학생(50.0%), 고등학생(22.0%), 초등학생(15.0%) 등으로 집계됐다. 도박 유형으로는 ‘바카라 등 온라인 불법 카지노’(55%)가 가장 많았으며, 불법 스포츠 토토(8.0%), 온라인 즉석 게임(9.0%), 홀덤 등 카드게임(8.0%) 순이었다.

도박 시작 계기는 ‘친구·지인의 권유’(38%)가 많았다. 그 뒤로는 ‘친구 등 지인이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30%), ‘인터넷 도박 광고’(9%) 등의 순이었다.

도박 자금 및 빚 변제 방법은 ‘용돈 또는 부모님의 빚 변제’(57%)가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친구 등 지인 간의 금전거래’(6%),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방법’(10%) 등이 있었으나, 일부 응답자의 경우 ‘금품 갈취·중고거래 사기 등 불법적인 방법’(4%)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도박이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박을 계속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용돈을 벌기 위해’(40.0%)가 가장 높았으나, ‘돈을 따는 것에 대한 쾌감’(18.0%), ‘주위 친구들이 다해서’(8.0%) 등의 응답 비율도 상당했다. 경찰은 “중독에 대한 치유와 또래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도박으로 생긴 문제점은 채무 압박(15%)이 많았다. 이어 ▷부모와의 갈등 10% ▷정서적 위축 및 두려움 12% ▷학업성적 저하 10% ▷형사처벌 5% 등이었다. 경찰은 “응답자들 대다수(74%)는 도박에 대한 단절 의지를 보여, 도박 중독 치유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재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대리입금의 경우에는 ‘직접 경험했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0.6%(65명), ‘목격한 적 있다’고 답한 이는 2.2%(236명)였다. 이용 경로는 도박과 마찬가지로 ‘지인 권유’(57%)가 많았다. 대리입금자는 ▷주변 지인 63%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제3자 17% ▷대출업자 9% 등의 순이었다.

대리입금을 경험한 응답자 중 ‘지각비·수고비 등 한도를 초과하는 이자 요구’(37%),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29%), ‘돈을 갚지 못해 폭행·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한 경우’(12%) 등이 있어 대리 입금으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 그럼에도 대리입금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청소년은 32%에 불과했다. 또 대다수(79%)는 불법사금융 신고채널 ‘1332’를 모른다고 답해, 청소년 불법사금융에 대한 적극적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분석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도박 근절을 위한 맞춤형 예방교육을 전개할 예정이다. 중·고교생 남학생 등을 대상으로 가장 손쉽게 접하는 바카라에 대한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과도한 이자를 요구받거나 불법 추심을 당하는 등 대리입금 피해를 당할 경우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할 방침이다.

경찰은 중독 청소년에 대한 치유 활동도 강화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 2022년 4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도박 중독 청소년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을 연계한 바 있다. 프로그램에 연계된 청소년은 ▷2022년 58명 ▷2023년 26명 ▷2024년 1~8월 288명이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청소년 도박사범에 대한 단속·수사 뿐 아니라 맞춤형 예방과 중독 청소년에 대한 치유, 또래 문화 개선을 위한 인식 전환 등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서울경찰청에서는 서울시교육청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유관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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