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주가조작 의혹'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주가조작 일당에게 자금을 댄 전주(錢主) 손모씨는 1심에서 무죄였으나, 2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추가돼 유죄가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권순형)는 12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벌금 5억과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령했다. 앞선 1심에서는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주 손모 씨는 1심에서는 무죄였으나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손 씨는 이른바 ‘주포’로 불리는 주가 조작 기획자이자 증권사 직원 김모씨에게 약 70억원의 자금을 댔다.
2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 대해 “상장회사 최대주주이자 대표로서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자기 회사 주식에 관한 시세조종을 지시하고 직접 가담했다”며 “주가조작을 통해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시세조종 주모자이자 의뢰자로서 큰 책임이 있는데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들 일당이 2009~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보고 2021년 10월 기소했다. 검찰은 3년 동안 통정·가장거래 130건, 현실거래 시세조종 3702건 등 다량의 주가 조작 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공소시효, 주가 조작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1심과 대부분 동일하게 판단했다.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 일부와 개별적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서는 일부 다르게 판단했다.
먼저 공소시효를 두고 1심과 동일하게 1차 범행과 2차 범행을 나눴다. 주포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에서 증권사 직원 김씨로 바뀐 2010년 10월 21일이 기준이 됐다. 2009년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는 1차, 2010년 10월 21일부터는 2차로 보고 1차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공소시효(10년)을 넘겨 면소 판결했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 소개로 알게 된 이 대표에게 2010년 초 10억원 상당의 증권 계좌를 넘기며 주식 위탁 관리를 맡겼지만,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해 2010년 5월 이 대표와 관계를 정리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항소심에서는 이른바 ‘주포’로 불리는 조가 조작 기획자이자 증권사 직원이었던 김모씨에게 약 70억원의 자금을 댄 투자자 손모(65)씨의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1심에서는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가 나오자, 주가조작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손 씨를 주가조작 범죄의 공범으로 볼 수는 없으나 시세조종 행위를 알면서도 자금을 제공해 방조한 혐의는 인정했다. 손씨와 김씨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손씨의 투자 방식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손씨는 미필적으로나마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시세 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김씨의 요청을 수락해 주가 하락 방지를 막는 등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해 방조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시세 조종 행위를 알고도 편승했다. 자금을 동원해 매수세를 형성해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했고 그에 따라 주식 시세가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지 못했다”며 “선의의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초래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컨트롤 타워'로 지목된 이 전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벌금은 3억 6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다소 높아졌고, 사회봉사 160시간도 명령받았다. 1차 단계 주포 이모씨는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으로 1심과 동일하다. 2차 단계 주포 김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벌금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깎였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