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본편 이름값했다…오락물이면서 사회적 메시지 담아 진지함 잘 섞어[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13일 개봉한 범죄 액션 영화 '베테랑2'는 많은 고민이 따랐을 것이다. 2015년작 '베테랑'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5위인 1,341만명 관객동원이라는 이름값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고민을 하며 시즌2를 내놓는데 무려 9년이 걸렸다.

'베테랑'2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성공을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베테랑’ 속편은 이름값을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름 값 제대로 했다"다.

물론 각론에 들어가면 이론이나 비판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1편과 달리 선악구도, 특히 '악'의 구도가 희미해지면서, 관객에게 생각하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앞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죗값을 제대로 받지 않고 사회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자와, 이들에게 정당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이 응징하는 사적 제재를 가하는 정해인(박선우 역)중 공권력은 후자를 잡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여기는 현실이 아닌 영화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액션의 타격감이 좋은 오락영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포함된 진지함도 잘 섞어 균형감을 유지했다. 황정민은 1편이 '밀크 초콜릿'이라면 2편은 '다크 초콜릿'이라고 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개봉했는데, 라이벌이 될만한 영화들이 별로 보이지가 않는다는 점도 '베테랑2'에 유리한 요소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정해인이 연기한 연쇄살인범 '해치'(박선우)가 속편의 차별요소다. 본편에서는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가 강렬한 빌런 역할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네" 등의 명대사까지 남겼다면 박선우는 그런 유머가 어울리지 않는, 조태오와는 출발점부터가 완전히 다른 빌런이다.

박선우는 죗값을 치르지 않은 흉악범들을 처단하는, 소위 사적 단죄에 나선 빌런이다. 법망을 벗어나 사적 제재, 사적 복수를 행하는 게 정의로운지를 묻고 있어 1편에 대해 더욱 복잡해진다. 빌런 조태오가 나오는 1편은 선과 악의 명쾌한 구도가 만들어지지만, 2편에서는 빌런이 저지르는 행위 못지 않게, 행위에 따른 여파와, 거기에 반응하는 우리들의 분노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를 구조적으로 봐야한다.

마이클 샌들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영화에도 책장에 놓여있는데, 복잡하게 얽힌 요즘 범죄들은 그만큼 정의를 규정하기가 어려워졌고 정의롭지 않음에 대한 규정의 필요성 또한 강력하게 제기된다.

연쇄살인범 해치는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사이버 렉카는 범죄 행위를 두고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는, 요즘 각종 뉴스와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방송을 통해 익숙해진 디지털 범죄 등 최근 범죄뉴스들과 겹쳐 시의성이 느껴졌다.

"사건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몇몇 정보 소스들만 가지고 순간적으로 분노하고, 그러다 다른 이슈가 나오면 관심도 그쪽으로 넘어간다. 개인이 내린 판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이런 현상들이 잘 흘러가고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봤다. 선과 악의 대결보다는 정의와 신념의 충돌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니 속시원한 해답을 가지기 나가기 보다는 토론거리를 가지고 극장 문을 나서길 바란다."(류승완)

그런 점에서 정해인의 투입은 적절했다. 그는 순진하고 해맑은, 멜로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과 악을 넘나드는 사이코패스적인 연기를 능청맞게 해낸다. 정해인은 빌런 서사를 자세히 설명해 완결시켜 나가는 게 아니라, "저 친구가 왜 그러는 건지, 그 뒤에는 뭐가 있는건지" 등 명확한 답보다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지시키는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베테랑' 1편이 선악구조라면, 2는 전편과 다른 악의 구조, 빌런 형성의 구조와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 정해인으로 이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다. 류 감독은 '베테랑' 속편의 출발 지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삶에 영향 받는 구조는 수년전부터 이뤄져왔다. 필수품인 휴대폰이 알고리즘으로 우리가 원하는 걸 편집해서 보내준다. 우리도 편리해서 사건의 진짜 모습보다 원하는 걸 소비하게 된다. 여기에는 가짜뉴스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편리함과 맞바꾼 것이 위험한 수위에 올라와 있지 않는지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언론생태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변화하는 시기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생산자, 소비자 모두 불안하다. 나는 두렵다. 실제와 온라인과 언론에서 묘사하는 삶이 다르다. 그런 두려움이 '베테랑2'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니 '베테랑2'는 시의적일 수밖에 없다. 범죄 현장을 돈벌이로 여기는 사이버 렉카들의 약탈 비즈니스, 진짜뉴스속에 숨어있는 가짜뉴스, 쉽게 알려지지 않고, 잘못 알려져 이상한 처분이 내려지는 '단절된 학교폭력의 세계' 등은 시사교양,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 등에서도 자주 다루는 내용이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사건들이 연상될 수 있지만, 우연이 겹친 것"이라고 하지만, '베테랑2'에서는 이런 것들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주인공 형사 서도철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와, 2024년 범죄와 학교폭력, 가족이 모두 연결됐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아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내 생각이 짧았다"고 말하는 것, 어른이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는 장면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1편에서 "남자는 다 싸우면서 크는 거야"라고 아들에게 말했던, 디테일 없는 어리바리 어른 서도철의 변화이자 성장이다. 아날로그형 수사 베테랑 형사 서도철은 결코 꼰대 형사가 아니었다.

류승완 감독은 기자시사회에서 극중 수시로 "힘들다"고 푸념처럼 늘어놓는 황정민의 연기가 연출하는 자신과도 잘 물린다고 했다. 어른이 힘들고 고단해도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찾았다. 물론 극장문을 나서면서 머리속에는 악을 처단할 때 나오는 경쾌한 액션의 시원한 타격감보다는 숙제를 얻어가는 식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숙제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시간만 나면 외치는 신념과 정의구현, 그래서 정의라는 말이 형해화하고 싸구려가 된 감이 있지만, 그럴수록 진정한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고생하면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꼬불꼬불한 남산 계단에서 펼치는 액션이나, 폭우 속의 옥상신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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